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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같이 샤워를 하는 도중에
수챗구멍이 꿀럭꿀럭 물을 삼키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우리 결혼해
수챗구멍 따위가 나에게 결혼을 하자고 하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잠깐 수챗구멍을 빤히 바라봤다
한때 이 수챗구멍도 깨끗했던 적도 있었지
물도 시원스레 빨아들여줬지
어느새 이렇게 변색되고 머리카락에 잡때에 각질이 꼈구나
화장실의 퀴퀴한 냄새의 주범이 너였지 참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는 각종 이물질에 세균덩어리가 되어
물도 제대로 못삼키는 것과 백년가약을 하게 된다니
샤워기도 울고 변기도 울고 나도 울었다
내 인생의 락스는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