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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우리나라 음식 중 진짜 밥 도둑은?
사노라면 | 추천 (0) | 조회 (859)

2010-01-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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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장 이 집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은 여수 앞바다에서 잡히는 돌게로 담근다. 

 

밥 도둑… 사람들은 흔히 입에 착착 감기면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밥 도둑이라 부른다. 밥 도둑이란 배가 몹시 고파 밥을 훔쳐 허겁 지겁 맛나게 먹는 것처럼 밥 맛이 절로 나는 기막히게 맛있는 음식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밥 도둑이라 부를까.

 

밥 도둑이라 부르는 음식은 여럿 있다. 길손(나)이 그 동안 밥 도둑이란 애칭으로 손 꼽았던 음식은 젓갈류로는 생멸치 젓, 갈치 속젓이다. 바다에서 나는 음식으로는 꽃게장, 돌게장, 명태 조림, 고등어 조림, 생갈치 찌개, 참조기, 살짝 구운 햇파래김 등이다. 땅에서 나는 음식으로는 삶은 호박 잎과 머위 잎, 깻잎 조림, 묵은지 등이다.

 

그렇다면 어느 음식이 진짜 밥 도둑일까. 사실 밥 도둑이라 불리는 여러 음식들 중에서 진짜 밥 도둑을 가려 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계절에 따라, 그 날 입맛과 기분, 시간,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가 몹시 고플 때 먹는 음식은 어떤 음식이라 하더라도 다 진짜 밥 도둑이라 할 수 있다.

 

길손이 요즈음 맛 본 음식 중 진짜 밥 도둑 하나를 꼽으라면 여수 오동도 들머리 곳곳에서 팔고 있는 돌게장이다. 돌게장은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으로 나뉜다. 길손은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뒷맛이 깊은 양념 게장보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입속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간장 게장을 진짜 밥 도둑이라 부르고 싶다. 

 

 

▲ 게장 주방 한 켠에 있는 수족관에서 집게 발을 잔뜩 벌린 돌게를 건져 올리는 주인의 손길이 바쁘다. 

 

게는 생선일까? 생선이 아닐까?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게는 한자어로 해(蟹)라 하며, 한글로 궤라 불렀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1758~1816)이 쓴 <자산어보>와 서유구(1764~1845)가 쓴 <전어지>에서는 게를 개류(介類)에 넣었고, 정약용(1762~1836)이 편찬한 사전 <물명고>에서는 게를 개충(介蟲)에 넣었다.

 

조선 전기 문신 노사신(1427~1498) 등이 편찬한 우리나라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참게를 해(蟹)라 하고, 대게를 자해(紫蟹)라 적었다. 그렇다면 게는 생선일까, 생선이 아닐까. 게는 절지 동물 십각목(十脚目) 파행아목에 속하는 갑각류다. 여기서 절지 동물이란 팔과 다리에 마디가 있는 동물을 말한다.

 

생선이 어류라면 게는 갑각류라는 그 말이다. 게는 물에서 나는 보약이라 할 만큼 건강에 아주 좋다. 게는 단백질이 듬뿍 들어 있어 자라는 어린이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지방이 적고 소화가 아주 잘 되기 때문에 회복기 환자나 성인병 환자, 노인들에게 건강식으로도 그만이다. 허준(1539~1615)이 쓴 <동의보감>에도 게는 몸의 열기를 푼다고 적혀 있다.

 

게는 여러 가지 찌개를 만들 때 부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이는 게에게 향긋한 단맛을 내는 글리신이나 알긴 타우린 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길손이 앞글에서 요즈음 진짜 밥 도둑으로 손 꼽은 게장은 여수 앞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돌게를 간장(간장 게장) 혹은 고춧가루(양념 게장)에 절인 음식을 말한다. 

 

 

▲ 게장 양념 게장(왼쪽)과 간장 게장 

 

"게장 하면 여수 돌게장이지라" "게장 하면 여수 돌게장이지라. 게장을 그냥 게장이라 부르지 않고 간장 게장이라 부르게 된 것도 고춧가루에 절인 양념 게장과 구분하기 위해서 그렇게 부른당게. 사실 양념 게장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부터 나왔지라. 여그 여수 게장은 깨끗이 씻은 돌게를 여러 조각으로 토막을 낸 뒤 파와 마늘, 생강, 고춧가루, 참기름 등을 섞은 간장을 부어 만든당게."

 

8월 22일(토) 낮 1시. 2012 여수 세계 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파워 블로거 초청 팸 투어에 참가한 누리꾼 24명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던 게장 백반 전문점 새여수 횟집. 오동도 들머리, 잔잔하고도 짙푸른 남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위치한 이 집은 단체 손님 300명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실내가 몹시 넓다.

 

이 집에 들어서자 주방 한 켠에 있는 수족관에서 집게 발을 잔뜩 벌린 돌게를 건져 올리는 주인의 손길이 바쁘다.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김씨에게 이 집 게장은 어떻게 담그냐고 묻자 살포시 웃으며 간략하게 설명한다. 지금은 점심 때여서 손님이 많아 몹시 바쁘니 한가할 때 찾아와 더 물어 보란 투다.

 

사진 몇 장 찍은 뒤 함께 온 일행들이 마주보고 앉아 있는 널찍한 방으로 들어서 자리에 앉자마자 식탁 위에 밑반찬이 쭈욱 깔린다. 오늘의 주인공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이 들어설 자리만 한 가운데 비워 둔 채. 밑반찬은 갈치 속젓과 무 고등어 조림, 돼지 두루치기, 고구마순 조림, 깻잎 조림, 도라지 나물, 김치 등을 합쳐 13가지 정도. 

 

 

▲ 양념 게장 신선한 게를 고춧가루와 배, 양파, 생강, 마늘, 참깨, 참기름 등으로 버무려 매콤 달콤하게 만든다. 

 

"낭군님한테만 줄려고 숨겨 놓은 그 밑반찬 좀 내놔 보랑게" "이거!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 밑반찬이 영 시원찮네. 오동도 게장 아짐! 낭군님한테만 살짝 줄려고 숨겨 놓은 그 밑반찬 좀 푸짐하게 내놔 보랑게. 오랜만에 전국 각지에 있는 귀한 분들이 여수를 찾아와 밥을 먹는데 반주도 한 잔 있어야 하것제. 배 고파 숨 넘어가는 분들 많은게 싸게 싸게 내보랑게."

 

소주를 시키기 위해 잠시 일어나 주방으로 가자 구수한 전라도 말이 살갑게 귀를 파고 든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네 명이 마주 보고 앉아서 먹는 밑반찬치고는 다른 게장 백반 집에 비해 양도 적고, 가지 수도 좀 적은 듯 하다. 한 가지 특징은 다른 게장집에서는 올라오지 않는 삶은 호박잎이 버젓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소주를 홀짝거리며 밑반찬 이것 저것 맛을 본다. 그 중 구수한 깊은 맛이 나면서도 씹을 것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무 고등어 조림과 아삭 아삭 향긋하게 씹히는 고구마순 조림이 입 맛을 당긴다. 가끔 조금씩 찍어 먹는 짭조름하고도 구수한 깊은 맛이 배어 있는 갈치 속젓도 젓가락을 자꾸만 유혹한다.

 

그 밖에 다른 밑반찬은 그 맛이 그 맛이다. 이 집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맛은 배어 있지 않고 다른 백반 게장집과 엇비슷하다는 그 말이다. 게다가 무 고등어 조림과 고구마순 조림 등 밑반찬 몇 가지는 금세 동이 나고 만다. 떨어진 밑반찬을 더 시킨 뒤 소주 한 잔 다시 홀짝거리고 있자 이 집이 자랑하는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이 식탁 한 가운데 떡 버티고 앉는다. 

 

 

▲ 갈치 속젓 가끔 조금씩 찍어 먹는 짭조름하고도 구수한 깊은 맛이 배어 있는 갈치 속젓도 젓가락을 자꾸만 유혹한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이랑게" "게장 4인분이 왜 이렇게 적은 그릇에 나오요?" "드시다가 더 달라면 얼마든지 더 드릴 테니 걱정 끄고 맛있게나 잡숴." "다른 집에 가니까 엄청나게 큰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내던데…." "먹다 남기는 것보다 양이 적어도 남기지 않는 것이 음식에 대한 예의랑게."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이 생각보다 적은 그릇에 담겨져 나오자 일행들이 여기 저기에서 한 마디씩 내뱉는다. 하긴 종업원 말도 맞다. 지난 늦봄이었던가. 여수에 사는 조찬현 기자와 함께 여수에서 이름 높은 개장 백반 전문점 두꺼비 식당과 황소 식당에 갔을 때도 양이 너무 많아 반도 채 먹지 못하고 부른 배를 주체하지 못하며 일어서지 않았던가.

 

뜨끈한 밥 한 수저 입에 물고 먼저 양념 게장부터 맛을 본다. 게 다리 한 짝 입에 물고 쭈욱 빨자 꽉 찬 게살이 쏘옥 빨려 들어온다. 말 그대로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이다. 게살이 입에 들어오자 밥을 씹을 틈도 없이 그대로 술술 넘어가 버린다. 비릿한 맛은 그 어디에도 없고 향긋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깊은 맛이 입속을 맴돈다. 근데 조금 맵다.

 

"이 집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은 여수 앞바다에서 잡히는 돌게로 담근다"고 누군가 귀띔하는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간장 게장을 맛본다. 이 집 간장 게장은 짭조름하면서도 달착지근하게 다가오는 은근한 맛이 일품이다. 간장 게장 두껑에 밥을 비비려다 두껑이 너무 작아 젓가락으로 속에 든 살을 살살 발라내 쌀밥 위에 얹어 슬슬 비벼 입에 넣는다. 

 

 

▲ 호박 잎 이 집 호박 잎은 아주 부드럽고 향긋했다. 

 

여수에 가면 누구나 밥 도둑이 된다 "오동도 게장 아짐! 여기 빨랑 밥 한 그릇 더 주랑게." "아따! 성미도 급하요." "내는 고향이 갱상도 아이요." "여기요! 게장도 좀 더 주세요."

 

꿀 맛! 그래. 이런 맛을 두고 꿀 맛 혹은 기찬 맛,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이라 하는가. 이번에는 게장 간장 한 수저 쌀밥 위에 끼얹어 슬슬 비벼 입으로 가져간다. 캬! 그 맛 한 번 정말 끝내 준다. 입에서 절로 "진짜 밥 도둑이 여기에 있구먼"이란 소리가 비어져 나온다. 그렇게 몇 수저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가 도둑맞고 없다.

 

일행들이 점심 식사를 시작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여기 저기에서 밥과 게장을 더 달라는 소리도 터져 나온다. 길손도 밥 반 공기를 더 밥 도둑처럼 후딱 먹어 치웠다. 길손은 마지막으로 삶은 호박 잎에 밥과 갈치 속젓을 얹어 먹으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지금 이 때면 호박 잎이 좀 드세질 때도 되었건만 이 집 호박 잎은 아주 부드럽고 향긋했다.

 

여수 오동도 들머리에서 맛을 보는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 올 가을 애인 혹은 살가운 벗이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분들은 여수 오동도 들머리로 가서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을 꼬옥 맛을 보라. 여수에 있는 어느 집 게장이 더 맛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 마시라. 여수 게장 식당 어디를 가더라도 누구나 진짜 밥 도둑이 되니까.

 

 

▲ 간장 게장 "진짜 밥도둑이 여기에 있구먼" 

 

게장 이렇게 담그세요!

간장 게장 

1. 게를 물에 담아 솔로 깨끗하게 닦은 뒤 다시 한 번 깨끗한 물에 헹군다.
2. 물기를 닦은 다음 게를 옹기에 담아 약 6시간쯤 소금에 절인다.
3. 게장에 사용할 간장은 참기름과 설탕, 파, 마늘, 생강, 고추 등과 함께 미리 끓여 둔다.

4. 소금에 절인 게를 꺼내 옹기에 담아 뜨겁게 끓여 둔 간장을 붓는다.
5. 한 시간이 지난 뒤 간장만 따라내 다시 끓여 게가 든 옹기에 붓는다. 이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한다. 이렇게 해야 게도 소독되고 혹시 모를 불순물도 제거된다.

6. 2주 동안 숙성시킨 뒤 차갑게 식혀서 먹는다.
7. 비린내를 없애고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 레몬이나 후추, 한약재 등을 넣을 때도 있다.

 

양념 게장
1. 신선한 게를 고춧가루와 배, 양파, 생강, 마늘, 참깨, 참기름 등으로 버무려 매콤 달콤하게 만든다.

2. 반 나절 동안 숙성시킨 뒤 먹는다.
3. 양념 게장이 가지고 있는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을 잃지 않으려면 2~3일 안에 다 먹는 것이 좋다.

4. 게를 양념에 버무리기 전에 끓인 간장과 액젓에 살짝 담그면 맛이 더 잘 배며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