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들의 요리는 칙칙하고 궁상맞도다. 그러나 자취 13년 본좌의 노하우를 득한다면
어둠의 요리에서 벗어나 환희와 기쁨의 요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로다.
장담컨대, 본좌 소개하는 요리는 하 쉽도다. 결코 손재주나 절대미각이 필요치 않도다.
조-기-구-이
진실로 맛있다는 것을 알지만 뒷처리가 걱정되어 차마 도전하지 못하는
조-기-구-이
이제는 도전할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햄과 참치에 의존할 것인가.
사소한 노하우 몇 가지만 득하면 세상 쉬운 요리가 조기구이 아닌가 하노라.
< 장 보 기>
포장된 조기 쳐다도 보지 말라. 비싸다.
신비로운 드라이아이스 연기와 함께 근사한 매대에 올려진 것 역시 쳐다보지 말라 많이 비싸다.
약간 수수해보이는 매대에 올려졌지만 알이 굵은 것.... 이것도 쳐다보지 말라. 마찬가지로 비싸다.
이처럼 알이 굵고 보기 좋은 노리끼리한 놈들은 추석날 부모님께나 드리면 옳다.
알이 매우 자잘하며 노란색 노끈에 줄줄이 묶여 상자에 담긴 것,
또는 잘못 얼려서 허리가 많이 꼬부라지고 아가미 사이로 거뭇한 속살이 삐져나온 것,
넓은 매대에 아무렇게나 우르르 쏟아놓은 것,
이런 것이 우리 쏠로들을 위한 아이템이다.
혼자 사는 처지엔 가격대비 양이 많은 자잘한 놈들을 구입해야 마땅할 것이로다.
<밑준비>
가여운 쏠로들은 조기 비늘 벗기다 홧병 난다.
분명 요리책에는 칼등으로 살살 벗기면 된다 하였거늘, 꽝꽝 언 조기 비늘은 절대 안 벗겨진다.
녹여서 벗겨볼까 하니 그러는 거 아니라고 써 있다. 졸라 열받는 상황이 아닐 수 없도다.
방법을 전수할까 하노라. 큼직한 볼에 소금 두숟가락 넣고 물 부어 소금물을 만들라.
여기에 냉동 조기 넣고 반쯤 녹았다 싶을 때 비늘 제거하면 될 것이로다.
큰 부엌칼 등쪽을 이용하야 꼬리지느러미 부분부터 때 밀듯이 살살 벗기면,
조기가 순순히 제 비늘을 헌납하야 매끈 통통한 모습으로 환골탈태할 것이다.
등, 배, 꼬리 지느러미는 가위로 바짝 잘라줘야 먹기 좋다.
비늘 제거한 조기는 키친타월 위에 고이 눕혀 물기 없는 고결한 몸이 되게 하라.
물 뚝뚝 흐르는 조기를 그대로 구웠다가는 하염없이 튀는 기름을 바라보며 피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로다.
<요리>
그대 나아갈 길은 두 가지가 있도다.
제1로: 후라이팬
제2로: 가스오븐
(전자렌지, 밥솥 등등을 이용해볼까 생각했다면, 그대여 앞으로 평생 요리만은 하지 말라)
제1로---
후라이팬 중불에 올리고 앗뜨거 할 때쯤 기름 두른다.
기름이 열을 받아 물처럼 후라이팬 위를 흘러다닐 때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결한 조기를 올린다.
평소 생선 구경 못했던 솔로들은 최소 3마리는 투척해야 모자라지 않을 것이로다.
빵가루 묻혀서 굽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딴 거 관심 갖지 말라.
준비하기 번거롭고 치울 것도 늘어나니 그냥 평범하게 구워 먹을지어다.
제2로---
가스렌지 밑에 붙은 가스오븐. 븅신같이 이딴거 왜 만들어놨을까 생각했던 바로 그 구녕을 연다.
트리오로 싹싹 씻는다(이거 분리된다).
기름받이에 물 반컵 부어주면 기름이 위에 뜨며, 수분도 공급된다.
챔기름과 식용유 반반 섞어 조기 앞뒤에 싹싹 발라준다.
이거 바른다고 기름붓 사는 솔로들, 반성할 지어다.
괜히 설거지만 늘어나니 그냥 손가락으로 쳐 바름이 마땅할 것이로다.
예열한 오븐에 넣고 굽는다.
기름과 육즙때문에 쉽게 타지 않으니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바짝 굽는다.
머리가 부글부글 끓어 초췌하고 앙상한 모습이 돼야만
요 대가리 부분을 쭉쭉 빨아잡술 수 있을 것이로다.
구운 것을 꺼내보라. 결코 부스러지지 않고 탱탱할 것이로다.
이는 조기 녹일 때 짭짤한 소금물에 녹였기 때문인 즉,
탱탱할뿐만 아니라 삼삼하니 간도 뱄음이 분명하도다.
한입 물어보라. 등과 배쪽 잔가시들이 씹어먹기 좋을 만큼 잘 구워졌다면,
이건 쏘주 1병과 함께 잡숴주지 않을 수 없도다.
비릿하고 고소한 조기는 쌉쌀하고 싼티나는 쏘주맛과 찰떡궁합이로다.
아미노산 풍부한 생선은 숙취도 덜어주니 이보다 더 좋은 안주가 어디 있겠느뇨.
벗기고 또한 구워잡수니 즐겁지 아니한가
-굽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