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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로요리(2) 군 고 구 마
geigen | 추천 (0) | 조회 (665)

2010-09-07 13:40

솔로들의 요리는 칙칙하고 궁상맞도다. 그러나 자취 13년 본좌의 노하우를 득한다면
어둠의 요리에서 벗어나 환희와 기쁨의 요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로다.
장담컨대, 본좌 소개하는 요리는 하 쉽도다. 결코 손재주나 절대미각이 필요치 않도다.
 
군-고-구-마 
 
그 냄새만으로도 군침을 이어 삼키며 생명의 본질을 각성케 하는 별미
 
군-고-구-마 
 
도라무통에 장작불 지피고 자갈 쏟아 구워야 제 맛이 난다는
 
군-고-구-마
 
집에서는 제대로 된 풍미를 구현할 길 없어 초겨울 노상의 군고구마장수를 찾아가지만
가당찮은 비싼 가격에 쌍욕을 뱉게 되는 절망의 진미
 
군-고-구-마
 
이제는 도전할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고삐리 조폭들이 구워파는어설픈 군고구마에 만족할 것인가.
몇 가지 노하우만 득한다면 애인 젖가슴보다 말랑하고 따끈한 군고구마를
홀로 능히 제조할 수 있을 것이로다.
 
 
< 장 보 기>
대형마트 유기농 코너에서 잘 세척된 고구마를 거들떠보고 있다면, 그대 진실로 미친 것이로다.
어찌 남자 솔로가 유기농 야채를 넘보려 하느뇨?
항상 저렴한 것, 당장 못쓰게 되도 크게 아깝지 않은 것만을 구입하라
솔로들의 요리란 배로 들어가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이 많도다.
 
유기농은 아니지만 굵고 실한 놈, 이것 역시 넘보지 말라. 비싸다.
제법 세련된 느낌의 박스에 담겨진 브랜드 고구마, 이것도 돌 보듯 하라.
 
우리 솔로들을 위한 고구마는 따로 있다.
당도가 높고 촉촉한 호박고구마.
물론 굵고 큰 놈 말고 자잘한 놈, 가는 놈, 부러진 놈이 우리의 고구마일지니.
보기에 초라하다 생각 말고 주저없이 득하라
 
이런 고구마는 사실 마트보다는 시장바닥에 많도다.
구석에 수북이 쌓여있거나 따로 바구니에 담겨 가격이 붙어있도다.
그대 시장 헤맬 자신이 없다면 인터넷을 이용함이 마땅하리라.
옥션이나 십일번가 들어가서 호박고구마 쳐보면 엄청 많이 나오느니.
판매자 스스로가 알이 가늘어서 상품이 아니라고 고백한 바로 그 고구마가 우리의 고구마니라.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3kg 정도 주문하라.
 
<밑준비>
구입한 날 바로 구워먹으려 했다면, 그대 진정코 어리석은 자로다.
고구마는, 특히 호박고구마는 칠일 밤낮을 말려야 하노라.
선선하고 그늘진 곳에 신문지 여러 장 겹쳐놓고 고구마를 널어두라.
껍질에 먼지 묻은 듯 허옇게 마르면 당도가 점차로 올라가니 그 참맛을 득할수 있도다.
 
<요리>
양면팬이 있다면 실로 좋도다.
물론 없다 해서 살 필요는 없도다. 그냥 부족한 대로 만족함이 솔로의 미덕일 지어다.
 
가급적 바닥이 두꺼운 팬에 고구마 네댓 개를 넣고 뚜껑을 덮는다.
가스불을 가장 약하게 하고 기다린다.
문득 군고구마 냄새가 풍기면 고구마 뒤집고 다시 닫는다.
바닥에 닿았던 면이 까뭇하게 타 있어야 하노라.
그렇게 네 방향으로 뒤집으면 족히 십오분 혹은 이십분이 소요될 것인즉,
약 일이분 뜸을 들이고 꺼내면, 그 냄새가 오묘하고 촉감은 말랑하여
시정잡배들이 허투로 굽는 군고구마에 비할 바가 아니리라.
 
쏠로들이여, 이날만큼은 쏘주를 멀리하고 우유를 취하라.
고구마엔 우유, 그리고 동치미와 신김치가 어울리느니.
그러나 호박고구마엔 우유만한 찰떡궁합이 따로 있지 않도다.
시원한 우유 한 모금에 따끈한 군고구마 한 입. 이 어찌 신이롭다 않겠느뇨.
 
 
군고구마, 집에서 구우니 알흠답지 아니한가
                                                    -감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