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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에 갈 때마다 내가 가장 주의해 살피는 것은 가방 안에 콘돔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면 아예 교육을 의뢰받으면서부터 담당장교에게 부탁한다. "교육생에게 적어도 하나씩은 나눠 줄 수 있도록 콘돔을 준비해 달라"고.... 그리고 군인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고 나서는 그곳의 총책임자에게 공개적으로 부탁하곤 한다. "콘돔 자판기를 PX나 화장실에라도 설치해 줄 수 없으신가?"고...
마치 콘돔을 판매하고 광고하는 사람처럼 나는 교육 때마다 매번 콘돔을 챙겨든다.
콘돔의 전도사가 된 것처럼....
내가 미혼이상의 사람들을(실제로 성행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 곧 하게될..) 성교육의 대상으로 정하면서 콘돔의 사용법과 유용함을 전하는 데 더 적극적이 된 것은 얼마 전 호주를 다녀오면서이다.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 화장실에 들렀을 때, 내 눈에 뛴 문구는 "당신의 성건강을 지키기 위한 성적인 도구가 준비되었는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콘돔하면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피임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피임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직결된 문제라고 여겨져서인지 콘돔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남성들의 관대한 배려를 요구하는 것처럼 때로 비굴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단지 느낌이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콘돔 사용을 거절하는가?)
그러나 내가 호주에서 알게 된 콘돔은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그리고 여성을 배려하는 피임 도구라기 보단 B형 간염, 에이즈를 비롯한 많은 종류의 성병에서 나를 보호하는 성병예방도구였다.
내가 호주에 묵던 어느 날 집어든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호주에서 가장 성관계를 왕성하게 많이 하는 여성층인 12~19살 여성 중에 40%가 넘는 여성들에게 클라미디아라는 성병이 만연하고 있다. 이는 상대를 쉽게 바꾸는 분방한 성행위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성적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서인데, 유감스럽게도 여성에게는 성병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성병에 걸린 여성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이 성병에 걸린지도 모르고 성관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라는 요지의 기사였다.
내가 한국에 돌아와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 이야기하던 중 성병 이야기를 하면서 클라미디아라는 병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 의사도 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해 왔다. 지금은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고, 어학연수도 많아졌으며, 해외에서 얼마든지 성관계를 체험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데(사실 성병이 외국에서 감염되는 것이라기 보단 우리나라도 이미 많은 미혼들이 혼전에 성관계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도 클라미디아라는 성병의 감염률은 무척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의사의 걱정스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콘돔 전도사"로서의 사명감을 너무나 절감했던 기억이 있다.
말한대로 여성들에겐 클라미디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성병의 증상이 남성처럼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병이 아주 깊어졌을 때나, 아니면 그녀와 성관계를 한 남성들이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므로 어느 한 쪽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과 상대의 성건강을 지키려면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알다시피 성병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 정서상 성관계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더라도,"자기 성병 걸렸어?" 혹은 "질염같은 거 앓고 있어?"라고 물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나와 더 나아가 상대의 성건강을 지키려면 내가 먼저 콘돔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콘돔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무리 에이즈가 무섭고, 여성에게 성병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하면서 콘돔의 필요성을 강조해 봐도 사람들의 태도와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콘돔을 사용하기 어렵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방안이 있어도 무슨 소용인가?
예를 들어 사랑하는 두 남녀가 드디어 성관계를 하기 위해 여관에 들어갔다. 그런데, 남성이 바지 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내며 "임신하면 안되잖아?" 라고 콘돔을 사용하려 한다면 이 모습을 보는 여성의 생각은 어떨까? 나는 성교육을 하며 이 질문을 곧잘 던진다. 그러면 대개가 "내 애인은 정말 배려가 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기 보단 "이사람 바람둥이 아니야?"라고 기분나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상황을 바꾸어 여성이 핸드백에서 콘돔을 꺼내 들면 더 심각해진다. 남성도 똑같이 생각할 뿐 아니라 얼굴까지 이그러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어쩌다 여성이 성교육이라도 들어 그곳에서 콘돔을 받았다거나, 혹은 더 현명한 여성이라서 자신이 사랑하는 이남자와 가까운 날에 성관계를 할 것 같다고 생각해 준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대개 마찬가지 결과일 것이다. 즉 여성의 핸드백에 콘돔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누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가? 우선은 남성들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으로 성적인 행위를 할 때나 피임을 할 때 남성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해 간다. 여성들은 성에 대해 몰라야 순진하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들도 자신의 성을 자신의 가치관에 맞추어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이 원칙을 세운 대로 행동하고 책임져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콘돔을 사용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미혼 이상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나갈 때마다, 콘돔을 나눠 주면서 부탁한다.
"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나와 나의 사랑하는 사람의 성건강을 지키겠다는 나의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고.. 그러면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공감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 준다.
어찌 생각하면 뭔가 여성들을 위해 해주는 것이라고 느꼈던 피임도구로서의 콘돔이 아닌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의 성건강을 지키는 도구로서의 콘돔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평등하게 똑같이 소중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같은 세상을 함께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존재로서 상대의 성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