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ID/패스
낙서 유머 성인유머 음악 PC 영화감상
게임 성지식 러브레터 요리 재태크 야문FAQ  
“섹스가 건강하면 몸도 맘도 윤기 돈다”
kklist21 | 추천 (0) | 조회 (829)

2010-07-23 17:59

“섹스가 건강하면 몸도 맘도 윤기 돈다”

 

“섹스는 단순히 감각만의 만남이 아닌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교통하는 행위예요. 악기가 어울리듯이 서로를 연주해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거죠.”


창 밖에는 봄과 어울리지 않은 찬바람이 불었지만 따뜻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서울 신촌의 한 스카이라운지에서 ‘행복한 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을 만났다. 섹스 이야기를 꺼내기에 오전 11시는 너무 이른 시각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경쾌한 발걸음으로 등장한 그의 이야기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베테랑 성교육 상담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미 알 것 다 안다고 믿고 있었던(?) 기자의 귀를 쫑긋 세우고도 남았다. 


“누군가와 섹스를 하면 그의 성 에너지가 내 몸속에 7년을 머문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섹스 중에 그 한사람의 에너지나 생각뿐 아니라 그 사람이 전에 접한 여러 사람의 성 에너지나 생각이 함께 들어온다고 볼 수 있죠.”


가히 충격이었다. 이제까지 왜 아무나(?)하고 섹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준 이는 드물었다. 그저 암암리에 도덕적 강박관념이 작용했다고나 할까. 이렇게 명쾌할 수가.


5년이 넘게 병원 홍보를 담당하며 자연스럽게 몸에 대한 전문지식을 익힐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 성상담을 시작한 배 소장은 한 언론사의 사이트에 최초로 생겨난 성고민 공개 게시판에 올라오는 고민 상담을 담당하면서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상담 내용이 모두 공개된다는 부담감에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 종일 매달려야 했지만 지금의 그를 만드는 데 좋은 경험이 됐다.
‘아름다운 성문화센터’의 소장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군·기업체·대학교 등에서 연간 100회가 넘는 강의를 소화하고 있으며 또 보건학 박사학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성 지식 실용서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한언 출간)를 펴냈는데, 한 달 만에 2쇄를 찍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서명에 ‘섹스’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건 상상도 못했죠. 세상이 많이 변한 만큼 성상담의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이제는 정답의 의미보다는 왜곡된 사실을 고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성 상담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배 소장의 강의는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그와 청강자들 사이의 에너지 교류다. 감기 몸살로 쓰러질 것 같다가도 그들의 기운으로 멀쩡해지기도 하고 그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끊이지 않는 강의와 상담 일정을 소화해 내는 일이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 그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 하나 없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온몸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죠. 하지만 이제는 일을 즐기게 되고 보람도 많이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당당해지더라고요. 저보고 이제 ‘여전사’ 같다고들 해요.”


수백 명의 남성들이 모인 군대나 기업체에서 강의를 할 때도 그의 포스는 여지없이 발휘된다. 부부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쭈뼛쭈뼛 낯을 가리던 남자들도 결국엔 그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만다. 여성이기 때문에 혹시 한쪽으로 기울어진 성담론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오해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는 성에 대해서만은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성’을 고수한다. “불화를 겪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각자의 생각만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특히 섹스 문제에 있어서는 괴리감이 크죠. 남녀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소통할 수 있는 하모니스트가 된다면 건강하게 성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애인이나 남편을 위해, 혹은 아내를 위한 ‘자원봉사’ 같은 섹스는 의미가 없다. 섹스는 남녀 모두가 행복해야 하고 평가받지 않는 상태라면 부둥켜안고 살을 부비는 것만으로도 좋을 수밖에 없다. 손가락만 닿아도 온몸이 찌릿찌릿하다는 게 바로 이런 걸까. “섹스는 저급한 게 아니에요. 불필요한 죄의식이나 수치심을 벗어던지고 규칙적으로 건강한 섹스를 해보세요. 몸과 마음에 윤기가 좔좔 흐를 걸요?”

 

<주간현대> 박근애 guenae@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