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숙녀라는 말이 이상적인 여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이나 부인이 요조숙녀이기를 바라는 남자들도 많을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요조숙녀란 ‘ 정숙하고 얌전한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남자랑 손 한번 잡아보지 않고 정숙하고 순결하게 자란 요조숙녀의 결혼 생활은 과연 행복할까?
킨제이 보고서로 유명한 미국의 성학자 알프레드 킨제이는 이미 20세기 초에 성생활에 있어서 자위행위의 중요성에 대하여 간파하고 있었다.
그의 보고서에서처럼 95%의 성인남성과 75%의 성인 여성이 자위행위를 하였거나 하고 있다는 사실은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충격적인 내용도 아니다.
그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미 20세기 초의 미국사회에서 남성의 경우 결혼 전에 1523회의 오르가즘을 경험한 후 결혼하고 여성의 경우 불과 223회의 오르가즘을 경험한 후 결혼 한다고 하였다.
현재 상황에 대입하여 보면 횟수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녀간의 이런 격차는 1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이러한 남녀간의 성행동에서 오는 경험의 차이가 남성에게는 드문 오르가즘 장애가 여성에서 더 빈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위란 자기 스스로 몸을 자극하여 쾌감을 얻거나 오르가즘에 이르는 행위를 말한다.
인간에게서 자위행위는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남자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손으로 성기를 만지작 거리며, 태어나서 유년기에도 성기를 만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성기가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남자의 성기는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만질 수 있고 또 성기를 자극할 때 갖게 되는 느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에 여성의 성기는 안쪽으로 숨어 있기 때문에 남아들처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성기를 만지거나 자극하는 일이 쉽지 않다.
사회적 관념으로 여성이 성기를 만지거나 자극하는 일을 매우 터부시해 온 것이 동서고금을 통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일부 문화권에서는 여성이 성감을 느끼는 것을 죄악시 하여 할례(클리토리스 절제술)를 시행하는 곳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차이점이 남녀간의 자위의 빈도나 오르가즘의 경험에 대한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는 결혼 후의 성생활에서 오르가즘을 경험하는 빈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오르가즘 장애를 가진 여성들에게 병력청취를 해보면 자위행위를 전혀 해보지 않았거나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대개 보수적이거나 엄격한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여성들에게서 이런 점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자기 스스로 자신의 몸을 자극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방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파트너를 통한 섹스에서 오르가즘을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몸에서 예민한 부분과 어떤 자극을 주어야 좋은 느낌이 드는지를 모르는데 상대방이 알아서 자신의 성감대를 자극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넌센스이다.
오히려 지나친 긴장으로 인하여 더 오르가즘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위행위는 어떻게 보면 운동선수가 본 게임에 들어가지 전에 준비운동을 하거나 몸풀기를 하는 것과 같다.
즉 성에 대한 조기교육이나 마찬가지이다.
충분한 조기교육과 준비운동이 이뤄진 여성이라면 더 행복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과거에 한때는 자위행위를 비정상적인 행위로 여기거나 죄악시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 성의학에서 자위행위는 성적인 긴장감을 풀어주고 성감을 단련시키는 훌륭한 성행동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지금부터 오르가즘을 느껴보지 못한 성인여성이라면 우선 자위를 통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연습을 해보자.
그저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자극하기만 하면 충분히 원하는 자극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오르가즘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면 파트너와의 성생활에서도 더 쉽게 오르가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 보면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는 것이 학창시절 여러 남학생들과 사귀고 소위 플레이걸이라고 비난 받던 여성들이
오히려 친구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으며 멋진 남성과 결혼해서 더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본적이 많을 것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성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파트너를 경험해본 여성일수록 남자를 보는 시야도 넓어질 것이고 또 성생활에서도 더 잘 적응하게 될 것이다.
요조숙녀란 어쩌면 부모님과 주위사람에게는 기쁨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성의학적인 측면에서 국한해서 본다면 여성자신에게는 썩 그렇게 좋은 타이틀은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