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책이나 영화의 광고,트레일러를 보고나면 무언가 기대가 되어서 구입하는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액션영화라면 말그대로 스턴스신이나, 무술안무 뭐 이런거. 책이라면 신선한 소재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풀어가는 문체등등... (이번 세대의) 비디오 게임같은 경우는 대개의 경우가 기존의 경험을 넘어서는 것들일겁니다. 항상 신선하고 충격이고 디테일이 한층 더해진 그런것들이죠. 어쌔신 크리드2는 게임적인 요소로서는 1편과 비교도 안될정도로 강화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몬테로지오 빌라를 운영하는 것이나, 추가된 액션과 던젼, 그리고 상점,무기 업그레이드등등. 샌드박스형 게임으로서는 이번세대에서 GTA4와 더불어 가장 즐길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ㅡ 하지만 스토리와 융합된 체험력 측면으로 이야기하게 된다면 여러가지로 전편보다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어쌔신2편의 주인공인 에찌오는 시간상으로 근 20년정도의 활동을 가집니다. 근데 에피소드가 시간적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느냐, 전혀 그렇지 못해요. 어머니는 20년동안 항상 같은 곳에서 자세도 안바꾸고 옷도 안바꿔 입고 심지어 늙지도 않고 음모에 희생당한 남편과 아들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에찌오의 여동생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주변 인물들 역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외견은 물론 정황자체가 변하지가 않습니다. 덕분에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지는지를 몰라요. 어쩌다 연대 자막이 뜨거나 마지막에 에찌오의 수염이 까칠해졌을때 정도. 그때쯤되니 시간이 흘러간걸 조금 느끼겠더군요.

그리고 에찌오. 이 자체도 그닥 좋은 캐릭터는 아닙니다. 한량이긴 하지만 피동적이고 상당히 선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거 액션게임에서는 상당히 조루한 느낌을 안겨주죠. 그렇다고 그러한 성격의 디테일을 어필하는 스퀀시가 게임내에 존재하는것도 아니고. 복수는 하고 싶지만 그냥 주변의 의도대로 어쌔신으로 성장하게 되는 캐릭터.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욕망도 어필못하고 노는건 조금 알지만 그렇다고 거기에도 열정적이지가 않죠. 간단하게 말하면 줏대가 없습니다. 전작의 알테어는 물론 몇번 활약하지도 않는 데스몬드와 비교해도 그 비중이 무릎밑 언저리에 있을만큼 옅습니다. 

거기에 메인시나리오와 컨셉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전작의 경우 역사속의 사건들을 그 시대분위기에서 체험해볼수 있다는 메리트가 굉장히 컸었습니다.(물론 1편이 발매되고 나서 논란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편의 경우는 그런 감각보다는 그냥 르네상스 시대의 이태리에서 현대적인 감각의 게임을 즐기게 됩니다. 물론 역사속 사건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체험력이 상당히 어긋나요. 그 시대에 자신이 빠져든다기 보다는 잘 놀고 있는 무리에 들어가서 깽판 놓고 분위기 망친다는 느낌. 상당히 찐따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전작과는 달리 고풍을 체험하는것도 있지만 이것도 너무 어설픈 느낌을 주고요. 여기에 엔딩까지 얘기하게 되면 더 말할것도 없어집니다. 진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리니. 만약 3편에서 스토리 제대로 수습못하면 이 시리즈는 정말 낚쌔신이 되어 버릴겁니다. 그나마 게임플레이보다는 스토리 때문에 (파판13을 참으면서까지) 플레이하게 된건데 엔딩보니까 1편부터 즐겨왔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불어 이 두게임에 조달된 주전부리도 아까웠고. 어쩌면 2편은 보스전을 치룬후 여운을 남기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단서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스트에그로 전달하면 좋았을거고. 괜히 한발 더 나아가서 보여주는 바람에 기대보다는 실망을 느끼게 해준거 같습니다. 뭐 이것들외에는 게임자체로 본다면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도 좋고, 본편외에도 인류의 문명에 대한 의문을 담은 퍼즐의 치밀함도 좋았고. 여기에 게임배경에 대한 방대한 텍스트 자료들까지. 이 게임에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느냐에 따라서 각자 만족도는 다를수 있겠지만. 유저가 직접적으로 즐길수 있는 컨텐츠 투입량으로 따지면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을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