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를 다시 시작하게 된 이후 레벨이 어느정도 오르면서 슬슬 인던을 가게 되었는데
무작위 인던이란 시스템을 발견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시스템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하지만, 한 2~3일 무작위 인던 시스템을 이용하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옛 오리지널 와우저였습니다.
제가 볼때는 와우라는 게임이, 만렙 전과 만렙 이후가 확연하게 갈라진다고 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만렙이 되고나서 컨텐츠를 즐겨라!"가 모토이지만
와우는 만렙이 되기 전까지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만렙이 되기전까지의 가장 큰 재미요소라면
역시나 5명이서 역할을 수행하며 진행하는 "5인 인스턴트 던전 클리어"라고 봅니다.
호드, 초반에 정말 공략이 힘들었던 그림자성채 인던 보스 아루갈
파티원이 1명씩 쓰러질때마다 "또 한명 해치웠다!" 라고 외치던 아루갈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소위 "인던 클리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캐릭터를 키워가면서 싫던 좋던 5명이 파티를 맺고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여러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게 되고
이는, 여타 MMORPG와 마찬가지로 게임하면서 모르던 유저들과 조금씩 친해지다가
친분이 쌓이면 같이 친구 추가 한다음, 필드를 누비면서 퀘스트도 깨고
그러다가 더 나아가서 길드도 만드는 등 다양한 재미 요소를 생산하게 되죠.
근데, 이게 가장 큰 제약 조건이 1개 필요한데
그건 바로 던전을 돌기 위해선 5명의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5명의 역할이 달라야 한다는것 입니다.
하지만, 이미 고렙화 현상이 극한으로 달은 와우에서 저렙 유저를 찾기란 밤하늘의 별따기죠.
오죽했으면 제 친구도 와우를 하다가, 중간에 접으면서 한 말이
"난 온라인 게임을 할려고 했는데, 이건 패키지 같아. 이 넓은 대륙에 왜 나 밖에 없지?" 라고 했었으니...
그러자 블리자드가 게이머들을 위해 "무작위 인던"이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내놓은 것이죠.
솔직히, 이거 보고 "역시 블리자드. 멋지구나." 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셋팅하고 대기만 하고 있으면, 자동으로 사람을 찾아서 파티를 만들어주고
그것도, 다른 서버의 유저까지 검색해서 그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센스는 정말 대단했죠.
진짜 편리하고, 획기적인 기능 맞습니다.
덕분에 클리어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렸던 각종 퀘스트를 쉽게 깼으며
레벨업도 한번 돌때마다 거의 1업씩 쑥쑥 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기능이 있어서
온라인 게임으로써의 재미가 없는것 같습니다.
더욱더싱글 패키지 게임이 되버린 느낌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던전을 갈려고 하면, 열심히 광고 때리고
역할에 맞는 5명을 파티장이 직접 모았고, 던전을 같이 진행하다가
공략법을 잘 알고 있다던가, 지름길이라도 알고 있다던가
컨트롤이 뛰어난다던가, 아니면 진행하면서 유머센스 있는 대사를 날린다던가
파티를 하다보니 또 만났는데, 알고보니 게임 플레이하는 시간대가 비슷한 유저였다던가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유저와 금방 친해질 수가 있었습니다.
"오, 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
"우리 친구 추가해요."
"혹시 계속 하실꺼면, 같이 퀘스트나 하죠."
"퀘스트 공유 좀 해주세요."
"우리 렙도 비슷한데 같이 xx인던이나 갈까요?"
옛날은 어딜가도 사람이 바글바글 거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상황이였다는건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전 분명히 초창기 저렙이 득실거리던 오리지널에만 플레이 했었기 때문에
헛된 상상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
제가 즐겼던, 제가 머리속으로 기억하는 와우는 이런 게임이었습니다.
필드에서, 던전에서 만나면 같이 퀘스트를 위해 파티를 맺고
서로 친추를 한다음, 접속 하면 귓말을 하면서 놀다가, 같이 길드를 만들고...
기존에 있던 길드 중에서는, 이렇게 친목 형식으로 시작한 길드가 꽤 많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와우에서는 그런 모습은 절대 찾아 볼 수 없는것 같습니다.
드넓은 아제로스 대륙을 혼자 뛰어 다니면서, 퀘스트를 하다가
무작위 던전 찾기 버튼 눌러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던전 안에서는 다른 서버 사람을 만나서 같이 게임 하지만
던전 마지막 보스를 잡고 파티가 끝나는 순간 완전히 남남이 되버립니다.
물론, 운 좋게 레벨업 속도도 비슷하고, 게임 플레이 시간도 비슷하면
또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 뭐하나요. 결국 그것 뿐. 인던을 벗어나면 다시 생판 남남이죠.
서버가 다르기 때문에, 창조한 물건이 아닌 이상 아이템 거래도 안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하다가 만렙 달아버리면, 다른서버 사람 따위
두번 다시 만날 기회조차 없습니다.
아, 물론 일일 무작위 던전 돌면서 다른 서버 사람을 만나기야 하겠지만
다른서버의 같은 사람을 찾는 기회는 극히 적어지겠죠.
이래서야, 예전에 제가 친구가 말했던것처럼 패키지 게임이랑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혼자 죽도록 솔로잉으로 퀘스트 깨다가, 인던 돌다보면 어느샌가
"어? 만렙이네?" 해버립니다.
그나마, 지금은 회사원분들과 같이 시작했기 때문에
최소한 접속하면 같이 대화를 나누고, 즐겁게 떠들
"동료"가 있지만
그게 아닌, 같이 시작하는 친구도 없고, 와우 인맥도 없이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하고 친해질 기회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길드에 가입하면 될까요?
쪼렙 유저를 길드가 쉽사리 받아주지도 않고
길드는 만렙 찍으면 레이드 던전 공략을 위해 머릿수 채우기 위한 용도이지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같이 사냥하고 잡담 나누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지 않죠.
확실히 옛날에 비해 레벨업 하는 속도는 압도적으로 빨라졌습니다.
20렙부터 탈것을 타고 다니고
무작위 던전을 가면, 능력치가 5% 상승하다보니까 그런건지
레벨에 비해 꽤 상위 던전도 클리어가 잘 되며, 덕분에 경험치도 팍팍 먹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게임은 삭막합니다.
정말 이 아제로스 대륙은 나 혼자 지키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대격변이 나오면 기존 아제로스 대륙이 바뀐다고 해서
그전에 다시 한번 아제로스를 느껴보고 싶어 와우를 다시 시작해봤는데
다시 와우를 해보니까 확실히 몸으로 느껴집니다.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비슷합니다.
퀘스트 하고, 인던 돌고, 대륙을 오가고...
하지만, 이렇게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데
대 도시에서 80렙 유저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저와 회사원 동료들 빼고는 한 명을 보질 못 했습니다.
는 좀 오버고
몇 명 지나다니긴 했지만, 서로 가다가 쓱 지나가는게 전부였고
가끔 사제나 법사처럼 버프가 가능한 유저들과 지나가면
서로 버프를 교환 하는 정도가 전부 였습니다.
유저를 발견한게 너무 기뻐서
"안녕하세요?"
"무슨 퀘스트 하세요? 같이 할래요?"
버프를 받으면 "감사합니다."
그래도 어떤 대꾸도 없습니다.
그저 남남이죠.
지금 같이 하는 회사 동료는 MMORPG 자체를 처음 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로
뉴비에 가까운 유저들 위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 하면서 지나다니다가 만나는 혼자 하는 유저들이 있으면
길드에 가입 시켜서 같이 놀아야지,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네. 착각이었습니다.
유일하게 파티원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은 인던이었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호감을 느끼고 친구추가를 하고 싶어도
결고 그들과 친해질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던전이 끝나면 볼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