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롤플레잉 게임(JRPG)은 오랜 세월동안 비디오게임 부문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우리 어린시절 추억의 게임에는 "드래곤 워리어(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판타지 스타", "루나" 등의 이름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RPG를 만드는 것은 일본 게임 개발사만이 아니었다.
서구의 스튜디오들도 비슷한 프로젝트에 몰두해 왔으며
서구 RPG는 최근 "매스 이펙트"와 "폴아웃 3" 등 두드러지는 대작 게임들이 나오게 되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개발사들은 하드웨어 테크놀로지와 함께 성장해왔으며,
그래픽적인 향상 뿐만 아니라 게임플레이 면에서의 발전도 함께 이룩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개발사들은 과거의 전통을 버리기를 주저해왔다.
여러분이 최근 JRPG를 해 본 적이 있다면,
몇몇 게임들이 여전히 2~3 세대 전의 콘솔에나 적합한 기준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점들을 고쳐달라고 이 글을 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우리는 JRPG를 사랑한다.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PS3와 Xbox 360으로 나오는 게임들이 아직도 슈퍼패미컴 시대의 룰을 따르는 걸 보면, 뭔가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JRPG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잃지 않으면서도
JRPG의 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10가지 수정할 점을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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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기, 사람은 살고 있니?

JRPG 세계에서 살아간다고 상상해볼 수 있을까?
이 세계의 사람들은 한가지 말 밖에 모른다.
모든 것들이 아무 다양성이 없고 아무 변화가 없다.
많이 움직이는 사람도 없고,
집안에 들어가 상자를 뒤지고 난장을 피워도 신경쓰는 사람도 없다.
모든 것을 파는 상점이 몇 개 있을 뿐인데,
몇몇 이유로 인해 이 상품들도 집에서 갖고 나온 돈으로 사기에는 너무나 비싸기만 할 뿐이다.
이런 요소와 가장 대비되는 게임이
바로 "엘더스크롤" 시리즈와 "폴아웃 3" 등의 베데스다의 게임이다.
살아있는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 속 인물들은 예전부터 그 세계에 살아온 인물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진짜로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서로서로 상호작용하며,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 즉 플레이어에게도 반응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JRPG가 서구식 롤플레잉 게임을 그대로 따라해서 마을을 만들어달라는 말이 아니다.
그렇게 한다면 JRPG만의 매력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지금이야 말로 JRPG가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최근의 나쁜 사례: 블루 드래곤 9. 플레이 타임은 제대로 늘리자

멸망 위기에 빠진 세계를 다 구하기 일보 직전까지 진행했다.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마지막 던젼과 최종 보스 뿐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먼저,
플레이어와 동료들은 지난 50시간 동안 만났던 보스들과 또 한번 싸워야 한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건 아주 쉽다.
전투나 던젼을 재활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제멋대로 만든 레벨까지 온갖 길을 다 뒤져야 플레이어가 이길 수 있게 한다든가,
랜덤 인카운터(무작위적 만남) 전투로 가득찬 필드를 다시 거꾸로 가게 만든다든가 등..
우리는 이런 요소들을 "필러(filler; 단순히 플레이타임 채우기라는 의미)"라고 부른다.
이 필러들은 JRPG에서 이제 자리할 데가 없다.
아무도 필러를 기억해주지도 않고, 필러를 즐기지도 않고, 필러를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필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란, 유저들을 JRPG로부터 떠나가게 만드는 일 뿐이다.
최근의 나쁜 사례: 라스트 렘넌트8. 연출에 투자 좀 하자

JRPG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우리가 "카드보드 컷아웃 대화장면"이라고 하는 것이 뭔지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 고전적인 메카닉은 캐릭터 얼굴을 화면에 중첩시키면서 그 밑에 대화창을 띄우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개발자들이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모델링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제거해주는 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빠른 속도로 노후되었다.
완벽한 애니메이션 처리 및 상호작용 대화 시퀀스가 들어간 서구 RPG ("매스 이펙트", "드래곤 에이지" 등)에서,
플레이어는 RPG 스토리 라인과 함께 더 많은 생산적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개발사들은 더이상 요령을 피울 수가 없다.
개발예산이 걱정되고 모든 대화장면을 영화적으로 연출할 만한 여유가 없다면,
스토리 전달 방식을 왜 좀 더 독특하게 만들어 보려 하지 않는가?
"카드보드 컷아웃 대화장면"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최근의 나쁜 사례: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37. 자유도 없는 맵

과거 JRPG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월드맵을 탐험하는 일이었다.
넓은 바다와 펼쳐진 산맥을 누비며 전체 세계를 날아다니는 비공정을 얻는 것 만큼 자유로운 일도 없었다.
몇몇 JRPG는 지금도 이런 넓은 맵구조를 유지하려 노력하긴 하지만,
많은 JRPG들의 맵은 끔찍할 정도로 좁아져 버렸다.
플레이어는 아무런 자유도 없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기를 은근슬쩍 강요받는다.
일본 개발사들은 "폴아웃 3"같은 게임이 왜 인기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픈 월드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렇다, JRPG는 그러나 JRPG만의 일직선적인 스토리를 계속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일직선적이라고 해서 게임플레이도 일직선적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최근의 나쁜 사례: 이터널 소나타(트러스티 벨: 쇼팽의 꿈)6. 진부한 캐릭터

일본 개발사들이 가진 아쉬운 습관은 틀에 박힌 캐릭터 설정이다.
외로운 검사. 매력적인 여성 마법사.
살짝 짜증나는 (그러나 여전히 귀여운) 어린이 캐릭터.
독 철퇴를 무기로 쓰는 조류 인간, 그리고 귀여운 펫 역할을 하는 좀 더 작은 조류 인간.
이런 모든 캐릭터는 다 어디서 본 것들이다.
우리는 좀 더 새로운 캐릭터를 원한다.
이것을 아니메 스타일 캐릭터에 대한 비호감이라고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그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아니메를 좋아하고 일본식 취향도 좋아한다.
그러나 일본 개발사들은 좀 더 캐릭터를 다듬어서 예전에 보지 못한 캐릭터들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결국 RPG에서의 등장인물들이야말로 게임 전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좋아할 수 없게 되고 더 깊은 레벨의 체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게임은 최소한 어느 정도는 실패한 게임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최근의 나쁜 사례: 마그나카르타 25. 성우 연기에 대한 접근방법

이런 글은 모두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끔찍한 성우 연기"라는 표현이 들어간 리뷰글 말이다.
많은 JRPG들이 이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현지화 자금의 부족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미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라는 문제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극단적으로 어린이스럽고, 고음의 목소리는
세련되고 편안한 화장실처럼 일반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성우 연기는 미국에서는 외계인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방식이 일본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미국 성우가 그런 스타일을 똑같이 흉내내면 전혀 자연스럽게 들리지가 않는다.
현지화 작업에는 지금보다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JRPG를 가져오는 퍼블리셔들은 서구권 유저들에 맞추어서 실제 캐릭터의 개성을 적절히 번안해 주어야만 한다.
일본 음성과 일본 자막을 그대로 보지 않겠다면 (물론 이것은 언제나 환영하는 옵션이다)
현지화 작업에는 변화가 좀 더 있어야 한다.
최근의 나쁜 사례: 인첸티드 암스 (Enchanted Arms)4. 플레이하다 보면 너무 외로워

"디아블로", 그리고 최근에 발매된 "보더랜드"같은 게임을 보면
게이머들이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게임들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MMO 게임들의 폭넓은 대중성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쉽게 즐기는 게임들이 가진 누구나 아는 인지도이다.
JRPG는 이러한 게임디자인 철학을 배우고 온라인 요소를 넣을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나올 PS3 독점작, "백기사 연대기"는 JRPG가 온라인 게임의 대중성에 투자하겠다는 완벽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완전한 싱글플레이 캠페인도 있을 뿐더러,
유저가 만든 캐릭터로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전장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멀티플레이도 갖고 있다.
멀티플레이를 포함시키면서 게임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게임의 리플레이 가치를 높이는 훌륭한 방법이다.
최근의 나쁜 사례: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3. 세이브 포인트는 이제 그만

우리 중 대다수는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과 함께 성장해 왔으며,
던젼을 탐험하거나 승리를 거두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며 날밤을 지샌 행복한 추억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자라왔다...
느긋한 여름방학을 보내며 독후감 숙제 정도 외에는 아무 것도 없던,
근심걱정 없는 어린시절에는 실제로 책임져야 할 일들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때는 세이브 선택권도 없이 4시간 걸리는 던전 탐험도 OK였다.
오히려 그때문에 더 긴장감 있게 게임을 즐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제 여가 시간을 할애해서 게임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우리는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제력을 가져야만 되었고,
지금까지 진행한 몇 시간을 날리지 않기 위해 게임기를 켜둔 채로 놔두어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이제 아무 때라도 게임을 세이브할 수 있게 하라.
그리고 적절히 체크포인트도 안배하라.
그런 정도의 자유는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되기 전에 말이다.
최근의 나쁜 사례: 스타오션 4: 라스트 호프2.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해
작은 마을의 외로운 10대 역할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체험해야 했나?
그 마을은 또 얼마나 많이 산적떼들에게 침략을 받았는가?
비디오게임 상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또 얼마나 많이도,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 플레이어에게 네가 운명의 소년이고,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으로 둘러싸인 세계에 질서와 생명과 아름다움을 되찾아올 숙명이라고 말해왔나?
모든 JRPG가 예전부터 너무나 익숙해진 이런 전형적인 플롯을 따르는 건 아니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일본 개발사들도 스토리 부문에서 정말 창의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좀 더 혁신적인 면을 바란다.
결국 RPG는 근본적으로 스토리 때문에 팔린다고도 할 수 있다.
게임을 빛낼 수도 있는 그런 값진 요소를 도대체 왜 쓰고 또 쓰고 재활용하는 것인가?
아이를 찾는 엄마의 이야기라든지, 자기가 죽은 이유를 찾아헤매는 유령의 이야기라든지..
RPG 스토리를 좀 새롭게 만들어 보자.
우린 지금 이런 아이디어를 불과 15초만에 생각해냈다.
JRPG 개발사들은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나쁜 사례: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 VII1. 전투 시스템에 재미가 필요해
스토리, 캐릭터, 음악 등도 모두 JRPG 공식에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전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몬스터와 악당들과 싸우느라 대부분의 플레이타임을 소비한다.
그러므로 전투 시스템은 잘 만들어져야 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수의 JRPG들은 지난 10년동안 보아온 단순한 "공격, 마법, 아이템, 방어" 등의 낡은 전통에 너무나 의존하고 있다.
이제 그런 전투 시스템은 더이상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훌륭한 전투 시스템에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무언가 말이다.
"파이널 판타지 6"의 마석 시스템이라든가 "브레스 오브 파이어"의 용 변신을 떠올려보자.
JRPG는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어서 플레이어가 또 다른 적과 만나기를 기대하게 해 주어야 한다.
전투가 재미있다는 감정을 느껴본지 우리는 너무나 오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