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문으로 들었던 To the Moon 이라는 게임을 해 봤습니다.
일부에서 나름대로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게임인데... 스팀에 있고 그 외 한글판도 있더군요. 그래서 어느정도 호기심으로 잡아보게 됐습니다.
게임의 설정은 꽤 참신해서, 누군가가 죽기 직전에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지그문드(맞나?) 사의 직원 둘이 오는 것부터 시작인데... 이게 진짜로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소원을 이룬 기억을 넣어주는 것 뿐입니다.
일반 사람에게라면 이게 실제 기억과 충돌을 일으킬테니 안 되고, 죽기 직전의 사람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정도로만 쓰이고 있다고 하는 모양이더군요.
여기선 죽기 직전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달에 가고 싶다는 소원이어서 이걸 들어주기 위해 그 사람의 기억으로 들어가는 게 게임의 시작인데... 점차 어릴 적의 기억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 게임... 일단 다른 건 몰라도 게임의 시스템은 엄청 구립니다.
FC 나 SFC 시절 파이널 판타지 초기작 정도를 생각하시면 될 것도 같네요. 마우스 조작도 가능하고 조이패드 조작도 가능한데 뭔가 움직임도 답답하고, 뭘 하라는 건지 알기 힘든 때도 있고, 버그도 있어서 이상해질 때도 있고 그럽니다.
매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한 매개체를 찾아야 하는데 이게 도대체 어디에 쳐박혀있는지 알기 힘들 때도 있고, 버그까지 겹쳐지면 눈 앞에 두고도 뱅뱅 돌기도 하고 하죠.
덕분에 중간에 답답해서 잠시 접기도 했었지만, 시간 내서 마지막 엔딩까지 보고나니... 은근히 감동이 오더군요.
기억 속에선 당사자의 아내인 리버라는 아가씨가 무슨 병이 있는지 행동도 이상하고 정신나간 듯 보이는 짓도 계속 했는데... (현실에선 한참 전에 이미 사망)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그리고 왜 당사자가 이유를 모르면서도 죽기 직전에 달에 가고 싶었다는 꿈을 꿨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게 되고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순히 기억 조작에 의한 것으로, 가짜 기억을 갖고 행복하게 죽는다는 것에 대한 허무함도 느껴지다보니 참 복잡한 기분입니다.
저 직원들은 당사자가 그런 소원을 갖게 된 이유를 알게 됐음에도 계약상의 제약 때문에 결국 어떻게든 표면상의 형태를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당사자의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뭔가 조금만 달랐어도 죽기 직전에 달에 가고 싶다는 소원을 가질 필요도 없이 현실에서 훨씬 행복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제가 게임을 끝내고 이런 복잡한 느낌을 갖게 한 건 이전 엄청 단순한 게임(?)이었던 Passage 라는 거 이후인 듯 하네요. (이건 여러가지 의미를 알게 되면 기분이 정말로 복잡해지죠...)
어쨌든, 시스템이 구려도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께는 추천해보고 싶습니다.
게임 자체는 그리 긴 편이 아니라 몇 시간 정도면 엔딩을 보실 수 있을 것 같군요.
끝내고나면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다시 할 기분은 안 듭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