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제가 아래서 제노블레이드 X 라는 게임을 구입했다는 얘기를 썼었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두 달... 계속 이것만 잡고 있었네요. 한 번 클리어한 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서 또다시 클리어를 했고, 아직 게임 클리어 후 할 거리가 꽤 남아있지만 일단 이쯤에서 한 번 리뷰를 적어볼까 합니다.
이 리뷰에는 이미 뻔히 알려진 것 및 이전에 썼던 것은 가능하면 빼려고 했습니다만, 썼던 얘기 또 나와도 그러려니 해 주세요.
먼저...
이 게임의 특징에 대해 말을 하자면 단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더럽게 넓다.
맵이 넓습니다. 지지리도 넓습니다. 단순히 넓다는 얘기를 듣는 것보다, 직접 해 보면 더 넓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그냥 넓은 것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숨겨진 지역, 동굴 등도 어지간히 많아서 다 찾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전 두 번째 하는 것임에도, 처음 플레이시 못 간 곳이 꽤나 발견되더군요 (처음엔 잘 몰라서 대충 한 점도 있긴 합니다만)
리뷰 사이트들의 정보를 그대로 믿자면, 이 게임의 맵은 서울 전체 넓이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입니다.
바다 포함 넓이일 테니 실제 땅 넓이는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서울 전체를 걷거나 뛰어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시면 얼마나 넓은지 짐작이 가실 것 같습니다.
물론 할 일 없이 넓기만 하면 게임이 지루해지기 딱 좋은데, 이건 그런 것을 보물상자급에 해당하는 이런 저런 잔재들을 잘 배치해놔서 그런 점을 잘 상쇄시켰습니다.
뭔가 구석으로 가는 찾기 어려운 길 같은 게 있다? 그거 따라가면 십중팔구 보물이 있습니다 (아닌 경우는 보통 이벤트 관련입니다)
덕분에 저는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고... 첫 플레이 150시간 찍고 처음부터 다시해서 현재 210시간 찍고 있습니다.
만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보물을 찾는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이 게임은 분명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 덕분인지, 스토리의 비중은 게임 전체의 컨텐츠에 비하면 아마 1/50 도 채 되지 않는 거 아닐까... 싶지만요.
진짜로, 탐사만 잘 해뒀으면, 스토리 미션은 보통 개당 10분 이내에 끝납니다. =_=a
그럼... 게임의 구성에 대한 건 지난 글에 적었으니 넘어가고, 일단 이 게임에서 가장 큰 단점이라 할만한 걸 두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참고로, 미국판 기준이지만, 일본판도 시스템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튜토리얼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중간 중간 가끔씩 튜토리얼 창이 뜨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말은 나오지만, 그걸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합니다.
게임 내에 매뉴얼도 있어서 매뉴얼을 읽어보면 대충 어느정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뭘 모르는지를 알아야 찾아보죠.
예를 들면 적 타게팅... R 버튼과 Y/A 를 누르면 각각 왼쪽/오른쪽으로 적들을 선택합니다만, 게임에서 전혀 언급이 안 됩니다.
덕분에 적을 선택할 수 없다고 투덜거리는 리뷰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모르면 원하는 적을 때릴 수도 없으므로 골치아파집니다.
또한 전투중에 + 키를 누르면 팀원 커맨드 메뉴가 나오는데, 여기서 ZL/ZR 을 누르면 각각 개별 캐릭을 선택할 수 있지만, X 키를 누르면 대신 사용 아이템 및 긴급 대피 메뉴가 나옵니다. 긴급 대피 메뉴는 선택시 적 공격을 15초만 버티면(도망친다고 해야겠죠) 바로 가장 가까운 랜드마크로 이동하는 기능인데, 이걸 몰라서 위키에서조차 "적 추가시 도망이 불가능하다" 같은 글이 적혀있더군요.
그 외에도 BP 를 이용한 (BP 는 보물을 찾을 때마다 조금씩 나옵니다) 아츠/스킬 업그레이드 등도 있는데... 이건 튜토리얼에 있음에도 너무 대충 나와서인지, 다른 캐릭 고용하는 콘솔 가서 둘러보다보면 캐릭 레벨이 60임에도 모든 스킬이 레벨 1인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_= (설마 일부러 하드코어 플레이를 하나?)
그래서...
첫 플레이 때는 저 역시 잘 몰라서 4~5장 가서야 겨우 이것 저것 업글을 하고 무기도 바꾸고 했는데, 두번째 때는 바로 프롤로그 때부터 무기 바꾸고 아츠 업그레이드를 하고 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알고 하니 게임이 훨씬 쉬워지더군요.
다음 문제라면 시스템이 아닌 게임 구성 문제로, 아무래도 존재감 없는 주인공을 들 수 있겠습니다.
전작은 주인공이 정해져 있고 그런 만큼 풀보이스 + 스토리를 따라가는 맛이 있었는데, 여기선 그냥 캐릭 하나 만들어서 그게 주인공입니다.
그렇다보니... 주인공은 말로만 주인공이지, 그냥 대화 중 어쩌다가 남이 말 걸어주면 대꾸하는 정도밖엔 없습니다.
당연히 보이스도 없죠. 그런 만큼 완전히 존재감이 바닥입니다.
그나마 팀에서 뺄 수 없게 강제되고 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그냥 주인공은 만들자마자 구석에 쳐박혀 있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다른 캐릭도 조종은 가능하니 (단지 다른 캐릭은 클래스 변경을 못 합니다), 사람에 따라 주인공 말고 다른 캐릭을 조종할 지도 모르겠군요.
차라리 엘마라는 캐릭을 주인공으로 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이외에도 사소하지만 은근히 신경쓰이는 문제들도 좀 있습니다.
사운드 볼륨조차 설정할 수가 없다든가 (특히 북미판에는 보통 흔히 붙어있는 일어 음성 설정도 없습니다), 글자가 작아서 알아보기 어렵다든가, 신경쓸 게 많아서 뭐가 뭔지 헷갈린다든가, 전체적인 배경음 퀄리티가 전작에 비해 좀 떨어지는 느낌이라든가...
하지만 위의 두 문제점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싶군요.
다만... 문제점은 아니지만 조금 아쉽다 싶은 부분을 하나 꼽아보자면, 시야각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전작에서도 살짝(?) 느꼈던 부분이긴 하지만, 전작의 경우 엄청나게 먼 거리가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보니 사실 크게 신경쓰이진 않는 부분이었고, 이번 X 에서도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스케일이 전작과는 비교가 안 되게 넓다보니 조금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이 게임의 시야각은 90도 입니다. 사실 이게 아마 일반 FPS 정도의 시야각일 테고 가장 무난한 값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기껏해야 서울 전체 넓이보다 조금 넓은 정도밖엔 안 되는 넓이에 대륙(섬?) 5개를 쳐박혀있다고 하면, 아무리 대륙 끝에서 다른 대륙 끝을 본다 해도 그리 멀게는 안 느껴지겠죠. 바다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다른 대륙(?)의 거대 구조물이 꽤나 크게 보이는 거 보면 사실 좀 좁아보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FPS 게임이라면 자신의 눈으로 모니터라는 창문을 통해서 보는 느낌이라는 식이라, 시야각이 90도 이상이면 이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화면 안에 캐릭터가 따로 있는 형태다보니 자신의 눈으로 본다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싶습니다. 물론 캐릭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회전하는 것도 아니고요. (카메라는 직접 조작 가능합니다)
그런 만큼 시야각이 더 넓게 해서 보다 더 먼 것 처럼 보이게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가장자리 왜곡은 있겠지만, 어차피 그 가장자리는 다른 정보창이 가리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기도 하구요.
어쨌든... 거의 두 달을 푹 빠져서 하고 있는 중인데 (사실 12월 6일날 플4도 구입했는데, 이거 하느라 두 달이 되어가는 아직까지 개봉조차 안 했습니다. 아니, 사 온 비닐봉투에서 꺼내지조차 않았군요 =_=a) 아마 게임 내 최강 몹 잡을 때까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위유가 그다지 많이 팔리지도 않았을 테니 갖고 계신 분도 드무시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위에 적은 문제점이 자신에겐 너무 심각하다 싶지만 않으시다면) 한 번 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