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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고라에서 펌 글 ------------------------------------------
군대... 눈.... 이 두가지를 생각하니 떠오르는 안 좋은(?) 기억...
정확히 말하면 죽을뻔한 기억...
저도 전방 GOP 출신이라죠...
01년도 1월... GOP 말년 생활.. 알 만한 분들은 아시죠....
말년이라 근무 빼주고 작업 빼주니 정말 할게 없습디다...
가끔 애들 대신해서 근무서주는 것도... 겨울 혹한기에는 큰 맘 먹지 않으면 힘들죠... 말년도 추운건 싫거든요..^ㅡ^;;
어찌 되었든 하루 24시간 중에 20시간동안 자는 거... 너무 지겹습니다.
잠도 정도껏 자야지... 나중에는 잠이 안오죠...
아마 그래서 다들 말년되면 일명 "개말년" 짓을 하나 봅니다..
너무 심심해서 매일 저녁 후반야 근무인 애들 잠잘려고 할때 잠못자게 깨우고 장난치고...
전반야 근무인 애들 복귀해서 자려고 하면 잠못자게 깨우고 장난치고....
네... 지금 생각해도 맞을 짓 한거죠....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 쫄다구들이 반란을 일으켜 저를 상대로 살인미수(?)를 저지르네요...ㅡㅡ;;;
그 끔찍했던 날... 엄청스레 눈이 오던 그 날도 장난을 치다가 애들한테 잡혔습니다...ㅋㅋㅋㅋ
안 그래도 제설하느라 고생하고 지쳐있을 애들한테 장난을 친게 화근이었죠
저보고 장난 못치게 재워야 한다고 침낭에 억지로 집어넣고 지퍼를 올리더군요...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제 아들(1년 직속후임)놈이 침낭하나를 더 가지고 와서 거꾸로 넣고(다리 쪽으로 머리가 들어가게끔) 다시 봉인....
그리고 누군지 모를 다른 놈이 침낭하나를 더.... 또 침낭하나를 거꾸로 추가......
총 4개의 침낭속에 파묻힌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침낭 4개가 겹쳐 집어넣기 정말 힘듭니다...
근데 이 놈들은 말년하나 잡겠다는 생각으로 넣었습니다... 혹시 이거 기네스북에 등재됩니까??? 침낭 4개 입기....ㅡㅡ;;
그래요... 그렇게 된 것까지는 괜찮죠.... 조금 심하게 타이트한 듯 꽉 죄인 것 빼고는 따뜻하고 좋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슴다...
침낭에 꼭꼭 싸여진 저를 초소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순찰로 옆 눈 밭에다 버리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웃었습니다.
장난치지 말라고 웃으면서 넘겼습니다.
하지만....
애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손목 야광시계가 유일한 빛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미친놈처럼 소리쳤습니다.
장난치지 말라고 무서워서 소리쳤습니다.
깜깜한 어둠도 무섭고....
밤이면 돌아다니는 멧돼지, 고라니... 혹여나 나를 밟고 지나갈까 무서웠습니다.
진짜 미친놈처럼 소리질러보고 뒤척여보고... 침낭 열어보려고 했지만 당최 열리지도 않고....
한 4시간 쯤 지났을까...
그 두꺼운 침낭을 뚫고 눈이 녹아 한기가 들어올때쯤.... 이렇게 내가 군대에서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할때 쯤...
누군가 침낭을 벗겨주고 있었습니다.
역시 내 명줄은 길었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의 수호천사가 나를 지켜준 것입니다.
나의 수호천사는....
바로..
다름아닌....
연대장...
중대장... 대대장도 아닌... 연대장....
평소에 얼굴 한번 제대로 본적 없었던 바로 그 연대장....
어쨌든... 4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사람이 많이 그리웠던듯.... 연대장을 보자마자 눈물이 쪼금 나왔습니다.
우리 연대장님... 총 쏠뻔 했답니다.
무슨 이상한 소리(제가 광분하던 소리가 침낭이 너무 두꺼워 파묻혔는지 아주 작고도 미묘한 소리만 나왔답니다.)가 들려...
조심스레 와보니...눈밭에 이상한 게 꿈틀거리고 있어서....
간첩??!! 위험한 야생동물?? 머 이런 건줄알고 정말 쏠려고 했답니다. 수류탄 안 던져 주셔서 감사합니다..ㅡㅡ;;;
어쨌든... 저는 구출됐습니다.
우리 연대장님 너무 착하십니다.
저보고 누가 그랬냐고 물어봅니다.
어느 나쁜 놈이 이렇게 못된 방법으로 갈구냐고... 괜찮다고 다 말하랍니다.
아~~ 내 생전 쫄따구때도 단 한번 한적 없던 <소원수리>를 저에게 하라는 거네요...ㅡㅡ;;
괜찮다고.. 아무 문제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소초로 같이 가자고 하십니다. 저는 다시 한번 괜찮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끌려갔습니다. 막사로....
머 대충 상황 아시겠지만 막사 뒤집어졌죠.....
아닌 밤중에 소초에 연대장을 소환한 인물이 되었으니... 막사는 애들 자다말고 난리가 났죠...
우리 착하디 착한 연대장님.... 막사 들어가자마자 소리를 지르십니다.
"어느 새끼가 후임병에게 이딴 듣도보도 못한 얼차려를 주냐!!!"고.....
아~~~ 이건 도대체 뭔 시츄에이션....
한참동안의 정적이 흐른후...
어느 놈인가 얘기했습니다..
" 후임병 아니고 우리 내무반 왕고입니다. 말년...."
다시 한참동안의 정적...
그리고 화살은 이제 나에게 돌아옵니다.
그 착하던 연대장님.... 대충 상황파악 되신듯...
나를 쳐다보며...
"너 이 개XX.. 얼마나 애들을 그동안 못살게 굴었으면 애들이 너를 밖에다 파묻어??? 이XX 영창 보내버려~~!!! "
... 어머나 18... ㅠㅡㅠ
.
.
소대장이랑 부소대장이랑 나중에 들어오신 중대장님이랑.... 연대장님을 부여잡고 말리시네요..
지금와서 다시 한번 세분께 감사드립니다.
어쨌든 상황 종료...
연대장님.. 커피 한잔 드신 후 막사를 나가시며... 우리 내무반에 한 마디 하시고 가시네요..
"야.. 저XX.. 아까 침낭에서 꺼내주니까 울더라~ "
.
.
.
착한 연대장님... 생명의 은인이셔서 감사하긴 합니다만... 구지 그 말씀은 안하셔도 됐었는데....ㅠㅡㅠ
암튼... 어느 길었던 한겨울밤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악몽같은 밤이었죠..
저와 친했던 상병 놈이 새벽 근무 나가면서 위로를 해주네요...
"형... 울지마..."
.
.
.
그 이후 상황은 왠지 연말 시상식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어떤 상도 받은 적도 없는데...
수상소감 얘기한 적도 없는데...
그리고.. 눈물 보인적도 없는데....
나의 팬클럽(?)인 내무반애들이 갑자기 외치기 시작합니다.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
아... 추억을 회상하니...이제서야 눈물이 납니다.
P.S 그시절 그립네요...
제대한 후 애들이 FEBA로 내려오고 나서 면회는 한 5~6번 간 것 같네요...
그 이후에는 같이 군생활했던 애들이 전부 제대했으니~~ ^ㅡ^;;;
일년에 2번 정도 만나는 전우들... 다담주에 군 선배,후배님들 만나기로 한 약속 너무나 기대됩니다.
올 겨울 폭설... 짜증도 나지만 이런 추억 하나로 웃으면서 넘기려고 합니다.
ㅂㅅ 같은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