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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세상은 그냥 다 살아집디다
돌치리 | 추천 (0) | 조회 (1029)

2010-01-07 17:13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내  생각과는  관계없이  그냥  다  살아  집디다


이른  봄바람에  아직 다 가지 못한  얼은  땅을  제촉하듯

한 귀퉁이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새싹을 보며 

문득  혹시라도  먼저 간  님의  손길이  아닐까  하는  그리움이 

잠시의  어리석음이라  이내  알면서도


한 여름  갑자기  내리  쏟는  소나기를  피해 

남의 집  처마밑에  서서  젖은  몸을  벌벌  떨고  있다가  

잠깐  멈춘  구름사이로  비끗이  내민  태양을  보고 

문득  혹시라도  먼저 간  님의  그림움이  아닌가 함이 

잠시의  어리석음을  이내  알면서도


울긋불긋  나름  겨울 준비를  하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쌓인  틈에

아직  물들지도  않고  시급히  떨어진  파릇한  나뭇잎을  보며 

문득  먼저 간  님의  미련이  아닌가  하는  착각의  어리석음을  봐도


한겨울  흰눈으로  뒤 덮혀  꽁꽁  얼어  붙은  깊은  산  계곡에서 

그래도  졸졸  흐르는  자그마한  시냇물  소리는  

혹시라도  먼저 간  님의  다정함이  아닐까  하는  잠시의  착각도

이내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아!  님이  가실  땐 

그냥  혼자는  죽고  못 살 것  같더니만

이런  반목속에  세월이  슬금슬금  가는데도  그냥  다  살아  집디다.


이제는  이전에  함께  하던  곳에서  문득 문득  그님이  생각날 때면

아,  예전에  그 님은   이곳에서  이러했는데  하며

그렇게  온통  생각뿐이지  세상은 그냥   다  살아  집디다.


그래서  내가  산다는  건

그래서  수없이  그리워  한다는 건

그래서  한없이  안타까워  한다는 건

이  모두가  무지  슬픔의  아픔이란 건

모두가  한낱  마음만  일뿐인데

그런데  그런  마음만으로도 

그냥   세상은   다  살아  집디다.


왜, 어디  아파요?

왜  요즘  힘이  없어  보여요? 라고  물어도

나는  그냥,

첫눈이  올때라  그런 가봐, 라며  억지 웃음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차마, 

이제  몇일만  있으면 

그간 30년을 함께  하던  그님이  내곁을  떠난지  3년이  되는 날이라 

그런다고  말 할 수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