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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2만5천 볼트의 사랑
오공본드 | 추천 (0) | 조회 (759)

2010-02-19 10:05

나는 지하철을 사랑한다
2만5천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인천행 지하철에 흔들릴 때마다
2만5천 볼트의 사랑과
2만5천 볼트의 고독이
언제나 내 안에 안개처럼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징그러운 발을 감추고
안 보이는 한쌍의 촉각을 세운 채
음습한 곳에 묻혀 사는 벌레들을
마구 잡아먹는
한 마리 길다란 지네

그 꿈틀거리는 몸뚱어리 마디마디
환히 불 밝힌 방 안에서
학생 공원 선생 군인 회사원
창녀 수녀 신문팔이 소매치기
이 땅의 눈물겨운 살붙이들 모두가
서로 뺨을 맞대고
서로 어깨를 비벼대고
서로 밀치고
서로 부추기고
서로 껴안으며
즐거운 지옥의 밧줄에 묶여 끌려간다

이리 부딪치고 저리 쓰러지는
그 장삼이사의 물결 속에
몸을 던져
나 또한 즐거이 자맥질한다

너의 살결에
나의 살결이 닿고
너의 숨결에
나의 숨결이 섞이는
황홀한 세상

거대한 군중의 파도가
물거품의 자취조차 없이
나의 파도를 삼킨다.

나는 지하철을 사랑한다
2만5천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인천행 지하철에 흔들릴 때마다
2만5천 볼트의 사랑과
2만5천 볼트의 고독이
언제나 내 안에 안개처럼
넘실거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