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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우짜게 이리도 그립노
kklist21 | 추천 (0) | 조회 (518)

2010-04-24 23:00

어미 닭 깃털 한 번 세워 봄 햇살을 쪼개고,
병아리는 흩날리는 조각들을 정말 맛있게 먹는다.

산유화 노란 꽃눈들은 돌 담벼락을 훔쳐보고,
옹이 빠진 마루에는 하얀 바람만 쉬었다 간다.

복슬강아지들은 봄기운에 하품하고,
집 나갔던 앞마당 풀꽃들은 마냥 웃고만 있다.

단발머리 누이는 학교 운동장에서 놀 낀데…
촉촉한 새벽길 나선 할머니는 우짜게 이리도 그립노.

_ 이승관



이 시를 읽고 있으니 봄날 낮의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따스하고 나른하고 피로하고 평화로운 봄날의 대낮. 복슬복슬하고 탐스럽게 생긴 복슬강아지가 봄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 줍니다. 복슬강아지는 땅에 배를 대고 졸다가 누워서 빈둥빈둥 이리저리 뒹굴뒹굴 구르기도 하겠지요. 이 시가 좋은 이유는 한껏 무료한 봄날 낮의 풍경을 보여 주다가 갑작스레 할머니를 호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움은 그렇게 불쑥 찾아오는 것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다가 불현듯 생각의 옆구리를 쿡, 쿡 찌르면서 걷잡을 수 없게 밀려오는 그 무엇, 그게 그리움이라는 뭉클한 감정이지요. 문태준 님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