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7 © 야설의 문
낙서 | 유머 | 성인유머 | 음악 | PC | 영화감상 | |
게임 | 성지식 | 러브레터 | 요리 | 재태크 | 야문FAQ |
![]() | |
낚 시 속 빈 대나무 끝에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고 가느다란 심지를 매달고 누군가를 붙잡고 시퍼런 가슴을 토해 내고 싶다 그래서 멀리멀리 뿌린다 가슴 언저리에 두 겹 세 겹 켜켜이 쌓아 둔 검게 멍든 가슴을 너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닿기 위해 멀리 더 멀리 던진다 긴 대나무와 긴 줄을 바다로 바다로 연결한다 간혹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맑은 물고기가 있다면 나를 물어도 좋다 내 슬픔의 심한 악취가 혹시나 좋아 줄을 당기는 푸른 청어가 있다면 나를 꽉 물어도 좋다 나도 지느러미가 있다면 기꺼이 흠뻑 적시련만 그러나 지금은 더 멀리 더 깊게 하얀 바다가 푸른 바다가 되도록 내 슬픔을 뿌릴 뿐이다 바람을 가르며 흐느끼며 바다에서 새벽을 맞는다 _ 오강현 이 시를 읽다 보니 푸른 바닷물이 "멍든 가슴"처럼 읽혔습니다. "긴 대나무 긴 줄"의 이 멀찍멀찍한 거리도 마치 오래된 갈증처럼 읽혔습니다. 낚시라는 것이 미끼를 꿰어 물에 드리우고 무언가를 낚고 붙들어 매는 일인 줄 알았더니 지음(知音)을 찾는 일이었군요. 내 울음의 곡조를 잘 가려 알아듣는 단 한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가 이 세상의 폭풍우 속에 살아도 난파 당할 일은 없겠습니다. 어느 새벽에는 푸른 청어가 나를 꽉 물고 낚아채도 좋으련만. 문태준 님 | 시인 좋은님의 자작시를 보내 주세요. 한 달에 한 편씩 좋은 시를 뽑아 정성껏 싣겠습니다. 문의 (02)330-0380 필자 : 오강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