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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낚시
kklist21 | 추천 (0) | 조회 (575)

2010-05-05 15:06

좋은님 시 마당
낚 시
속 빈 대나무 끝에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고 가느다란 심지를 매달고
누군가를 붙잡고 시퍼런 가슴을
토해 내고 싶다
그래서 멀리멀리 뿌린다
가슴 언저리에 두 겹 세 겹 켜켜이 쌓아 둔
검게 멍든 가슴을 너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닿기 위해
멀리 더 멀리 던진다
긴 대나무와 긴 줄을
바다로 바다로 연결한다
간혹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맑은 물고기가 있다면
나를 물어도 좋다
내 슬픔의 심한 악취가 혹시나 좋아
줄을 당기는 푸른 청어가 있다면
나를 꽉 물어도 좋다
나도 지느러미가 있다면 기꺼이 흠뻑 적시련만
그러나 지금은 더 멀리 더 깊게
하얀 바다가 푸른 바다가 되도록
내 슬픔을 뿌릴 뿐이다
바람을 가르며
흐느끼며
바다에서 새벽을 맞는다

_ 오강현


이 시를 읽다 보니 푸른 바닷물이 "멍든 가슴"처럼 읽혔습니다. "긴 대나무 긴 줄"의 이 멀찍멀찍한 거리도 마치 오래된 갈증처럼 읽혔습니다. 낚시라는 것이 미끼를 꿰어 물에 드리우고 무언가를 낚고 붙들어 매는 일인 줄 알았더니 지음(知音)을 찾는 일이었군요. 내 울음의 곡조를 잘 가려 알아듣는 단 한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가 이 세상의 폭풍우 속에 살아도 난파 당할 일은 없겠습니다. 어느 새벽에는 푸른 청어가 나를 꽉 물고 낚아채도 좋으련만. 문태준 님 | 시인

좋은님의 자작시를 보내 주세요. 한 달에 한 편씩 좋은 시를 뽑아 정성껏 싣겠습니다. 문의 (02)330-0380



필자 : 오강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