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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이것은 “나에게는 무엇이 없는가.”를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소중한 일입니다. 나에게는 물질, 재능, 가족, 관계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은 모두 내 안에 있습니다. 희망, 사랑, 기쁨, 만족, 감사, 감격, 우정, 추억…… 이런 것들입니다. 동시에 불만, 불안, 우월감, 교만, 미움, 원망, 의심, 욕심…… 이런 것들도 내 안에 있습니다. 내 밖에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 내 안에 무엇이 있느냐가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 줍니다. 나는 내 안을 좋은 것들로만 채우고 싶지만 잘 안 됩니다. 좋은 것들보다 나쁜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어느 때는 좋은 생각으로 가득하다가 어느 때는 나쁜 생각이 가득합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늦은 봄철 모내기를 하던 일을 떠올립니다. 모를 심는 만큼 논은 푸르러집니다. 허리가 아프고 힘이 들어도 꾸준히 모를 내다보면 어느새 논 전체가 초록으로 변해 있지요. 내 마음 밭도 이와 같습니다. 남은 논이 너무 멀고 아득하지만, 오늘도 내 마음 밭에 모내기를 합니다.
글 발행인 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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