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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몽골로 간 홍어
kklist21 | 추천 (0) | 조회 (600)

2010-05-12 21:39

우리나라 음식을 국제화하자는 목소리가 부쩍 높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여론 조사를 해 봐도 우리의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 음식이 세계인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유별난 한국 음식이 외국인 입맛을 맞추는 데는 한계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우리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꾸준히 늘어 가는 추세이고, 이는 반길 일이다. 먹는 것을 공유하면 반은 친구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몽골에서 지낼 때 한국 식당에서 김치와 불고기를 즐겨 먹는 현지인들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많은 몽골인들이 한국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건 아니다. 내가 아는 젊은 몽골 여성은 여느 외국인처럼 한국 음식이 너무 맵다고 겁을 낸다. 그 여성은 김치를 먹고 나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고 하였다.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을 널리 사랑하게 된다고 하여도 마지막까지 가까이 못할 음식이 있다면 아마 홍어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입을 못 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더러 어려서부터 입에 익혀야만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음식이 있다. 삭힌 홍어가 대표적이다.

홍어를 정기적으로 먹어 줘야 할 정도로 즐기는 사람이라면 음식 탐이 유별난 사람 축에 든다. 몽골에서 만난 어느 한국인 사업가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몽골에 현지법인 회사를 설립하느라 장기간 체류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엔지니어들이 입국하자 그는 그 편에 홍어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비닐로 여러 겹 싸서 아이스박스에 담은 홍어가 몽골까지 배달되었다.

먼저 몽골 공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항 검역원이 정체불명의 아이스박스를 풀라고 종용했다. 심부름꾼 승객은 그럴 수 없다고, 큰일 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런 몸짓이 오히려 검역원의 의심을 키운 걸까. 음식이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검역원은 확인해야겠다고 마약사범 다루듯 사뭇 험악했다. 심부름꾼은 하는 수 없이 아이스박스를 풀었다. 검역원은 대번에 상자를 닫으라고, 그리고 빨리 가라고 내몰았다고 한다.

홍어는 울란바토르 시내의 아파트까지 무사히 배달되었다. 사업가는 홍어를 입에 넣자 먼 이국에서 깊어만 가던 향수병까지 말끔히 씻기는 것 같았다. 그는 아껴 먹느라 며칠을 두고 홍어를 즐겼다.

그 며칠 동안 그의 아파트 현관이 소란스러웠다. 아파트 관리인 노파가 찾아와 자꾸 항의를 하였다.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다가 나중에는 홍어 냄새 탓인 걸 깨닫고 그는 한국 음식 냄새라고 정중하게 설명했다.

닷새째 되는 날 아침, 갑자기 여러 사람이 몰려와 문을 두드렸다. 사업가가 문을 열었을 때 관리인 노파와 함께 마스크를 쓴 경찰관과 소독 분무기를 든 보건소 직원이 서 있었다. 경찰은 그를 거실 한 곳으로 몰아붙이면서 범죄자 다루듯 했다. 그 사이 보건소 직원이 살해된 시신이라도 찾겠다는 듯 소독 분무기를 들이대고 아파트를 샅샅이 뒤졌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실제로 내 지인이 겪은 이야기이다. 모든 의혹이 풀렸을 때 지인은 몽골인들에게 아주 귀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이라며 한 점씩 드셔 보실 것을 정중히 권하였다고 한다. 이 유별나고 엉뚱한 사업가야말로 한국 음식의 국제화에 몸소 나선 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