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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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00:12
欲作家書說苦辛(욕작가서설고신)
恐敎愁殺白頭親(공교수살백두친)
陰山積雪深千丈(음산적설심천장)
却報今冬暖似春(각보금동난사춘)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흰머리 어버이가 근심할까 염려되어
그늘진 산 쌓인 눈 깊음이 천 길인데도
올 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이안눌(1571~1637)이 쓴 "寄家書(기가서)"입니다. 그가 함경북도 병마사로 있던 어느 겨울,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쓴 편지랍니다.
매년 5월 초에 저희 회사는 <감사편지와 양말 보내기> 이벤트를 합니다. 독자님들이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써서 저희에게 보내 주시면, 저희가 준비한 양말과 함께 그 편지를 독자님 부모님께 대신 전해 드리는 행사입니다. 올해는 11,000통의 따뜻한 편지가 왔습니다. 매년 참 감사하고 흐뭇합니다. 꽁꽁 밀봉된 사연들이 너무 궁금하다고 <좋은생각> 편집장이 이야기하던데요. 생각건대 이안눌의 편지 뺨치는 따뜻한 내용들…… 안 봐도 우린 압니다.
헨리 나우웬이 말했습니다. 사람에게는 사명이 있는데, 그 사명은 무엇보다 먼저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 우리 삶에서 한몫을 차지하는 친밀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고요.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그 사명의 첫 번째 줄 1번 자리. 우리를 "늘 식지 않는 만년 보일러 마음"으로 살도록 키워 낸 우리의 부모님이 계셔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편지 못 쓰신 분들, 공짜 양말은 놓쳤지만, 감사드릴 기회는 아직 있어요! 어버이날은 이번 주 끝에 있네요.
저는 매년 5월 5일 부모님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올해는 찾아뵙기 전에 선물을 사서 택배로 보냈고요. 40대 아들은 70대 노모에게 "못난이 삼형제" 인형을 보내면서 "보내는 사람" 쓰는 자리에 차마 제 이름을 못 쓰고 두 딸 이름을 적었습니다. 어린 시절, 흑백 TV 위에 항상 앉아 있었던 못난이 삼형제. 꺼내 보시면 한 번 웃으실까 해서요. 어제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잘 받았노라고, 그걸 기억하고 있었느냐고, TV 위에 잘 올려놓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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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부모님께서 "웃으실" 최고의 선물을 생각해 보세요.
글 · 편집인 손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