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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아침풍경
kklist21 | 추천 (0) | 조회 (485)

2010-05-25 23:19

이른 아침, 알람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전철역에 도착해 인파 속에서 "전철타기 경쟁"에 돌입하지요. 눈앞에서 열차를 놓치면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사람들과 밀고 밀리고를 반복하다보면 한 시간의 출근길에 녹초가 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전철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가는 길에 에너지 충전소가 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회사를 향해 걸어가는 첫 골목길에 들어서면 오래된 단독주택들이 줄이어 있는데요. 집안 정원에 심어 놓은 나무들이 담장 밖까지 뻗어 나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이 좁은 골목 위를 뒤덮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팔짝 뛰어 오르면 그 감에 닿을 듯도 싶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감이 앞에 가는 사람의 머리위로 "툭"하고 떨어지는 상상도 해봅니다. 반대편에는 사람의 머리보다 더 큰 호박이 매달려 있습니다. 호박이 얼마나 큰지 지나가다가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어 선 날도 여럿 됩니다. 그 뿐이 아니지요. 조금 더 걸으면 싱그러운 모과나무와 한쪽 벽을 모두 가린 단풍잎이 “이제 가을이에요.” 라고 속삭이는 듯싶습니다.

무르익은 열매들을 바라보면서 어느 날은 노래가 절로 나오고, 바람을 타고 나무 냄새, 풀 냄새까지 물씬 날 때면 지친 출근여정은 까맣게 잊고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단풍놀이 한번 못가고 가을이 지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골목길의 풍경에서 가을의 깊어짐을 몸소 느끼는 이 여유로움이 너무 좋아 출근 시간이 빨라지는 날도 있습니다. 시간에 임박해 마음이 쫓기면 절대 느낄 수 없는 풍경이니까요.

너무 빨리 지나가서 붙잡고 싶은 가을, 몰라보던 사이 하늘은 부쩍 높아졌고 머릿결을 스쳐가는 바람의 온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 출근길에는 얼마 남지 않은 가을 풍경을 평화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분주하기만 했던 출근길 풍경 어딘가에 나만의 에너지 충전소가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