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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각박하기만 한 지하철 인심
kklist21 | 추천 (0) | 조회 (526)

2010-05-29 09:09

아침 출근 길 사람들의 표정엔 여유가 없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사람의 찌푸린 미간, 아직 선잠을 깬 듯 허공만 응시하는 불쾌한 표정, 툭툭 자신을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까지. 웃는 얼굴, 편안한 미소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날도 그랬다. 콩나물시루처럼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내에서, "프리허그(Free Hug)" 대회라도 참가하는 듯 누군가의 품에 어깨를 기댄 채 몽롱한 눈빛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한쪽에서 화가 난 듯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 앉았으면 감사한줄 알아야지!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야!”
이에 질세라 퉁명스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줌마 웃기네! 앉아 있는 사람은 찍소리도 못해? 앉아 있는 사람 머리랑 얼굴 툭툭 치면서 신문 넘기는 건 그럼 괜찮다는 거야?”
“어디서 젊은 놈이 눈을 부라려! 내가 너 만한 자식이 있어! 너 내려, 이놈아!”
지하철에서 다투는 모습을 본 게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앉아 있으면 감사한줄 알고 입 다물라.”는 아주머니의 논리나, “신문 보면서 왜 남의 머리는 툭툭 치냐.”는 남자의 속 좁음에 짜증이 팍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내 기분까지 처참하게 망칠 순 없었다. 눈을 감고 쉼 호흡을 했다. 다행히 몇 정거장 안 가 남자가 내렸고, 아주머니는 재빨리 그 자리에 앉아 몇 마디를 중얼중얼 토해내더니 이내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객차 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조용해졌다.

유독 지하철 내에서 사람들의 인심은 더 각박해진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몸을 부비며 있다보니 불쾌지수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고함을 치며 다투는 건 다른 사람들의 기분까지 망쳐놓는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조금씩만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누가 나를 좀 밀더라도 "잠깐인데 뭐 어때!"라고, 내리면 바로 계단이 있는 칸으로 이동하고 싶어도 "지하철 안은 좁으니 내려서 좀 걷자."고, 빈 자리가 생겨 앉고 싶어도 "나보다 더 서 있기 힘든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하며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 말이다.

박헤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