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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인정받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는 위안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때로 슬럼프에 빠지는 건 애쓰고 있는 자신을 세상이 몰라 줄 때가 아닐까요? 타인과 나 사이에 그 기준의 차이가 있겠지만 작은 노력 하나, 작은 성과 하나라도, 아니 스스로를 누구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다음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에 주저하게 됩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쓰기 전에 취재도 다 끝나고 구상도 다 끝났는데 잘 써지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자리에서 안면도 없던 한 아가씨가 “선생님, 정말 잘 쓰실 거예요.”라고 말해 줬는데,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위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분명 그냥 한 빈말이었을 텐데도, 그 말은 그녀를 인정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이었기에 약해지고 자신 없어진 그녀에게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참 소중한 소설 한 편을 얻게 된 것이죠.
오늘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스파게티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작은 가게라 그냥 큰 기대 없이 갔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계산을 하며 “스파게티 맛있었어요.” 하고 느낀 그대로 말했죠. 그런데 계산하던 청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곧바로 주방을 향해 소리치는 겁니다. “누나, 스파게티 맛있대요.” 그러자 주방에서 스파게티 국수를 삶던 젊은 여자가 저를 보며(주방이 터져 있어 계산대와 마주 볼 수 있었어요.) 또 환하게 웃고는 “저희 조미료 하나도 안 넣고 만들어요.” 하는 겁니다. 자랑하듯이. 묻지도 않았는데. 맛있다고 인정한 제 말 한마디가 스파게티 집 식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자긍심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아마 당장 오늘 저녁에라도 이 집 스파게티는 더 맛있어지고, 서빙하는 청년은 더 친절해질 것입니다.
“너 잘하고 있어!” “괜찮아, 좋아.” “멋진 걸” “역시 너밖에 없어.” 별 것 아닐 것 같은 이 인정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고, 기운이 나 일어서게 하며, 발전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말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이도, 어른도, 그 누구도 듣고 싶은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인색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서로를 인정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김정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