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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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0 12:58
“입을 크게 열어. 넌 큰 인물이야.”
엄마가 늘 하시는 말씀입니다. 평범한 소시민인 제게 큰 인물이라고 말해 주는 고마운 분이시죠. 저나 제 형제들에게만이 아니라 가끔씩 놀러오는 사촌형제들에게도, 또 주변 지인들에게도 자주 그렇게 말씀 하세요. 아시겠지만 말 그대로 입을 크게 쩍 벌리란 말이 아니고요, 긍정의 말을 통 크게 내뱉으라는 말입니다. 제가 의기소침해져서 구시렁구시렁 부정의 말을 내뱉고 있을 때 엄마는 어김없이 이 말과 함께 제 부정어들을 정정해 주곤 하십니다. 가령 제가 “난 그런 거 못해.”하고 말하면 엄마는 “왜 못해, 아주 잘해.” 하고 멋대로 사실인 냥 못을 박아 버리구요, “난 왜 이 모양일까.”하고 투덜거리면 “아주 예쁘십니다!”하고 딴 소리를 하십니다. “잘 안 되면 어쩌지?”하고 걱정하면 “잘 되노라!”하고 아예 명령조로 선포를 해 버리기도 하고요.
남의 속도 모르는 말장난 같아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만, 사실 엄마의 그 말이 좋습니다. 남 앞에서 힘 빠지는 소리를 하는 사람일수록 속으론 위로의 말을 원하니까요.
어느 날은 모아도 모아도 푼돈 같은 제 적금통장을 보며 푸념을 했더니, 엄마가 또 그러십니다. “어허, 넌 부자야! 입을 크게 열라니까?” 그래서 정말 엄마 말대로 입을 크게 열고 맞장구를 쳐 봤죠. “맞아! 난 부자야. 최고 갑부다!” 소리치고 났더니 기분이 한결 낫던데요. 내친 김에 이렇게도 외쳐 봤습니다. “나는 큰 일꾼 큰 사발이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돈 안 드는 일인데 뭐 어떻습니까.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