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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괜찮아, 괜찮아
kklist21 | 추천 (0) | 조회 (516)

2010-05-31 21:38

한 달 전쯤, 평온한 일상에 돌을 던지듯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져왔습니다. 친한 친구의 남편이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건강하게 만났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급히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내내 검사결과가 의사의 오진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이제 서른 살인 친구는 결혼한 지 3년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았고, 두 살짜리 예쁜 딸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던 부부에게 갑자기 찾아 온 벼락같은 일이었습니다.
“온 몸이 쑤신다고 했을 때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유난히 피곤하고 힘들어할 때 검사를 받도록 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냥 감기라고만 생각하고. 모든 게 다 내 잘못인 것 같아. 어떻게 해, 이제 어떻게 해….” 남편을 데리고 병원에 가지 못한 것을 내내 자책하는 친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말없이 친구의 손을 잡고 “괜찮을 거야, 다 괜찮아질 거야. 병이 찾아온 게 어떻게 네 잘못이니, 괜찮을 거야….” 이말 밖에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깨가 축 쳐진 친구를 바라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간호를 하는 동안 두 살 박이 딸아이를 어찌할지, 힘든 항암치료 과정을 남편이 잘 견딜 수 있을지…." 머릿속에 수많은 말은 허공으로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그 무슨 말로 아픈 마음이 위로가 될까요. 우리는 괜찮아 질 거라는 한마디를 중얼거리며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어느 덧 붉은 노을이 내려앉아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산다는 것은 우리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씩 늘어남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예고 없이 불행이 찾아오는 순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다짐할 때, 우리는 이미 그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요.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친구와 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도 병원에서 묵묵히 이 시간을 견디고 있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말해 주려고 합니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김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