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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춘천 가는 기차
kklist21 | 추천 (0) | 조회 (534)

2010-06-02 14:11

지난 토요일 친구와 함께 떠난 기차 여행. 주말이라 기차표가 없어서 이른 새벽부터 청량리 역으로 향했습니다. 자욱한 안개가 깔린 새벽녘이라 기차가 텅 빌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여행을 즐기지 않던 저의 기우였습니다.

청량리 역에 도착해보니 여행가방을 멘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요.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좋은 연인들과 엠티를 떠나는 학생들, 몸이 불편하지만 두 손을 꼭 잡고 앉으신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 그리고 갓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남매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오붓한 가족까지. 우리가 타고 가는 기차는 금세 채워졌습니다.

두 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울긋불긋 변해가는 산을 보면서 여기저기 “와~! 저기 봐. 정말 멋있다, 예쁘다.”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제일 먼저 춘천 명동에 있는 닭갈비 골목을 찾아갔지요. 춘천의 별미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소양강댐으로 향했는데요. 어디서 본 낯익은 사람들이 있다 했더니 바로 기차에서 본 가족이었습니다.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로 들어가는 내내 그들이 저희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얼마나 밝고 행복해 보이던지…. 문득 제게도 어린시절 가족여행의 추억을 되짚어 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떠올려 보려고 애를 써도 딱히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시며 열심히 사셨던 부모님은 저희 형제들을 데리고 여행을 갈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이면 놀러가자고 조르는 형제들 때문에 부모님은 동네에서 가장 비싼 돈가스 집에서 외식을 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선물을 하나씩 안겨주셨지요. 이제는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이제 와서 10살의 추억을 만들지는 못하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시간이고, 그것을 촘촘히 엮어갈 때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매번 바쁘다고 미루기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던 제가 이번엔 만사 제쳐 놓고 새벽 기차에 오른 것을 참 잘하였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었습니다. 10년 후쯤 오늘을 생각하면 아련하게 떠오를 추억하나 만들고 왔으니까요.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친구와 나란히 앉아 찍은 춘천 기차 여행 사진은 두고두고 보아도 참 흐뭇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김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