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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장미수 만드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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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8 13:34

장미수 만드는 집

유미애


옛집 감샤르*가 신기루처럼 떠 있던 시절
나는 새의 저녁을 훔친 죄로 형틀에 묶여 있었던 것
고하노니
나는 저녁에 우는 새와 비린 복숭아 뼈를 가진 장미나무일 뿐
이 성의 오래된 발작과 고열을 지켜온 건
병사들 몰래 피어난 처녀들과 순수한 혈통 덕분
장미의 이름으로 할미는 꽃의 목을 잘라 솥에 던지고
어미는 초록의 문자들로 불을 피워 즙액을 짰던 것
고하노니
한 잔의 피를 홀짝이며 나는 장미의 경전을 넘겼던 것
처녀들의 이름을 거두며 노래를 불렀던 것
위대한 꽃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온 몸의 레이스를 깁는 동안 한 생이 흘러갔던 것
고하노니
마루메죤**의 가마솥은 저녁 새와 할미마저 삼켰던 것
나는 사막의 붉은 시간에게 몸을 맡겼던 것
천천히 오아시스의 아침과 복숭아 향 체취를 잊어갔던 것
장미의 칼날이 쇄골 뼈에 박혀 와도 내겐 더 이상
신성한 사냥감과 흘릴 피가 모자라 레이스를 벗기면
마지막 책장을 열고, 끼룩끼룩 뱀 한 마리 울었던 것
고하노니
나는 어느새 유혈목이보다
슬프고 유려한 꽃의 문장을 읊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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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이란의 마을.
** 나폴레옹 왕비 조세핀이 머무르던 궁. 조세핀은 장미 수집광이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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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단어가 나오니 왠지 끊기는 느낌이드는군요.....으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