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nfnd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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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4 08:08
여태천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빡거린다
우체통 앞에서 안절부절
마음도 함께 점멸한다
어둠이 번지고 은행나무 아래로
오래전에 지나갔거나 지나가야 할
얼굴들이 쌓인다
표정을 되찾은 이들은 두 갈래 길로
은행잎이 되어 하나둘 떠났다
이게 마지막이다
다시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일은 없을 거다
마주 보지 못한 사랑은 냄새를 피웠다
그리고 백 년 동안은
평범한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은행의 열매들은
믿음이었다가 두려움이었다가 불안이었다가
결국엔 독이 되었다.
점멸하는 신호등이 모든 기억을 어지럽혔다
돌아와 우체통에 머물고 있을
어둑어둑한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는 저녁이다
은행의 열매들이 우는 저녁이다
누군가 그 마음을 훔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