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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파~ 송송, 계란 탁!
kklist21 | 추천 (0) | 조회 (503)

2010-07-25 19:55

주부가 된지 3개월에 접어듭니다. 결혼을 하고 삶에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정 일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아침잠이 많아서 엄마가 해주는 밥도 미처 먹지 못하고 출근길에 오르던 게으른 아가씨였습니다. 그런데 가정을 이루고 아내가 되고 보니 빈속으로 출근을 하는 신랑을 보는 게 가장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헐레벌떡 뛰어가는 제 손에 우유라도 쥐어 줘야 안심을 하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설픈 초보주부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분주하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오르면 “집에 가서 뭘 먹지?”하는 고민에 빠집니다. 할 줄 아는 것을 다 합쳐도 아직은 열 가지가 안 되기 때문에 저희 신랑은 일주일이 지나면 다음 주에 똑같은 음식을 또 먹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수입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꽁치조림, 생선구이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저녁식사 메뉴라면 다음 주 월요일은 다시 김치찌개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밥상을 받은 신랑은 세달 동안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맛있다, 역시 결혼을 잘했다!”하면서 밥을 먹는 내내 제게 칭찬을 해줍니다. 한번은 정말 맛있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기분이 좋으라고 그러는 말인지 궁금해서 진지하게 물었지요.

“된장찌개, 맛이 어때요? 냉정하게 말해줘요.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것과 비교해서 어떤데요?” “음...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낫고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점점 맛이 좋아지는 걸 보면 정말 훌륭해요!”

신랑의 대답을 들으면서 몇 달 동안의 제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했다고 직장 일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는 조급한 마음, 일을 한다고 집안일에 허술하면 안 된다는 염려, 두 배로 늘어난 가족들에게 소홀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된다는 강박증 때문인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돌고 있었더라고요. 신랑은 제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았지만 완벽하려고 아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으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삼개월차 주부가 이십 년 된 어머니의 손맛을 금세 따라잡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나친 욕심이라는 알게 된 것이지요.

이제 2010년 두 번째 달을 시작합니다. 무리한 계획을 세워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려고요. 1월보다 더 나은 2월에 만족할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싶어요. 오늘 저녁 식사는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파~ 송송, 계란 탁! 풀어 넣은 북엇국 어떨까요?

글 《행복한동행》 김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