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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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7 22:14
얼마 전부터 학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수업 첫날, 선생님이 들려준 말이 내내 머릿속에 남아 있네요.
9년 전, 선생님이 일본에 갔을 때 일입니다. 길을 헤매던 선생님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기사에게 지도를 보여 주며 목적지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절한 기사는 알겠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지요.
그런데 한참 뒤 기사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런! 죄송합니다. 내려 드릴 정류장을 지나쳤어요.”
기사는 거듭 죄송하다고 말한 뒤, 다른 승객에게 버스를 돌려도 되겠느냐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승객은 할머니와 선생님뿐. 마음씨 고와 보이던 할머니는 흔쾌히 승낙했지요.
기사는 미소 지으며 버스를 돌렸고, 잠시 뒤 선생님을 목적지에 내려 주었습니다. 순간 선생님 입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지요. 그리고 그 친절은 지금까지 마음속 깊이 남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혼자 여행하면 이야기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즉, 새로운 만남이 많다는 말이겠지요.
돌이켜 보면 저는 혼자 여행한 적이 없습니다. 길치인 데다 워낙 겁이 많아 늘 친구나 가족과 함께했지요. 그러다 보니 여행길에서 누군가 말을 걸거나, 새 친구를 사귄 적이 없네요. 한데 선생님 경험담을 들이니 용기가 생깁니다. 혼자 여행하고 싶어집니다. 평생 간직할 좋은 추억,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요.
책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습니다.
“여행은 사는 법을 배우게 한다. 의도하지 않은 길을 갈 때, 계획하지 않은 길에도 즐거움이 있음을 터득하게 해 준다. 낯선 곳에 가면 일상생활이 닫히고, 무뎌진 마음이 열리고, 빈손의 자유로움도 느낀다. 한 걸음 물러나 내 삶을 밖에서 담담하게 들여다보는 여유를 갖게 해 준다.”
한껏 욕심 부리고, 지쳤을 때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낯선 여행길에서 빈손의 자유와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테니까요. 그렇게 참된 나를 만나고,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 테니까요.
글 《좋은생각》 이하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