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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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8 23:00
야~!”, “너~!”로 시작해 6년간 연애를 하고, 결혼에 골인한 지 어느 덧 아홉 해. 며칠 후인 5월 1일은 저희 부부의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입니다.
뭐가 그리도 바빴을까요. 신혼 때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결혼기념일이 되면 매년 가족여행을 떠나자!”며 손가락 꼭꼭 걸고 약속했지만, 지난 여덟 번의 결혼기념일마다 정작 밥 한 끼 함께 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혼 초기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프로젝트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었던 탓이고, 그 뒤엔 제가 늘 잡지 마감 중이라 짬을 낼 수가 없었거든요. 회사에서 밤을 새느라 외박까지 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 게다가 왜 회사마다 워크숍은 모조리 5월 1일 노동절을 껴서 계획되어 있는지요.
한 번은 잡지 마감 중이라 12시쯤 퇴근을 한 뒤, 둘이서 머리를 맞댔습니다.
“앗! 결혼기념일이 지나 버렸네. 밥이라도 같이 먹어야 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끓여 줄까?”
후루룩 쩝쩝 들이키던, 그 밤의 라면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이었지요.
그런데 대망의 2010년, 올 결혼기념일은 바야흐로 토요일 아니겠어요? 남편도 저도, 빡빡한 업무 일정에 매여 있어 여행은 엄두도 못 내지만, 이번 토요일엔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씨 푸드 뷔페 어때? 근방에 괜찮은 데가 오픈했다던데!”
“아냐, 난 번잡한 데는 싫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육질 좋은 스테이크 한 표!”
“고기? 난 이제 채식할 건데, 고기를 꼭 먹어야겠어?”
“언제부터 네가 채식을 했다고 그래. 그 유난은 또 며칠이나 가려나….”
9년 만에 처음 즐기는 둘만의 결혼기념일 파티를 두고 설왕설래하다가, 이내 “됐습니다! 됐고요!!”라는 투덜거림으로 끝나곤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이유는,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이벤트가 있고, 그 이벤트를 구상하며 희희낙락하는 우리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루하루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 맞벌이 부부님들! 여러분의 결혼기념일은 어떤 모습인가요?
글 《행복한동행》 박헤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