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7 © 야설의 문
낙서 | 유머 | 성인유머 | 음악 | PC | 영화감상 | |
게임 | 성지식 | 러브레터 | 요리 | 재태크 | 야문FAQ |
"당신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입니까?" 대학교 때, 교양 수업의 레포트 주제였어요. 자신을 닮은 색을 하나 정하고, 그 이유를 덧붙이면 되는 간단한 과제였죠. 하지만 정해져 있는 답이 없어서, 왠지 더 막연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 나는 무슨 색일까? 보라색? 파랑색? 아이보리?" 막상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려니 쉽지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인디안 핑크"로 결론을 내렸지요. 인디언핑크는, 풍선껌 포장지 같은 명랑한 분홍색과는 다르지요. 흐릿하게 색이 바란 것이, 본연의 분홍색이 세월을 입어 때가 탄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꿈 많고 걱정 없고 명랑하던 기질이 어느새 나이와 함께 조금씩 퇴색돼 버렸다는 아쉬움, 그러나 마음의 바탕색은 여전히 분홍빛 제 색을 잃지 않았다는 나름의 긍정, 이 둘이 손을 맞잡은 결과가 "인디언 핑크"였죠. 레포트를 작성하는 내내 조금 쑥스러웠어요.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는 게 조심스럽고 어렵더라고요. 아마도 젊은 교수님은, 어린 제자들이 자신의 내면을 좀 더 솔직히 들여다보고 알아가기를 바랬던 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때로 돌아가, 이번엔 주위 사람을 색으로 표현해 봅니다. 투박한 아버지는 남색, 엄마는 눈부신 노란색을 입혀 드리고, 속을 알 수 없는 오빠는 짙은 파랑? 동생은……. 생각할수록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수한 특징들이 보여 답을 내기 어렵네요. 답이 똑 떨어지지 않는 이런 주제가 쉬운 듯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죠. 한번 물어보세요. 당신은 어떤 색인가요?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글 《행복한동행》 김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