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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사람을 바꾸는 힘
kklist21 | 추천 (0) | 조회 (550)

2010-07-29 22:42

아버지는 중학교 선생님이십니다. 교직 생활만 삼십 년이라 이제는 왕고참이시죠. 교장으로 퇴직하는 편안한 길을 마다하고 아직도 아버지는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평소 무슨 일에도 "허허" 웃으시는 성격에 베테랑 교사라, 새삼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었지요. 그런데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던 중, 최근 아버지가 날라리 소탕작전으로 겪은 고충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느 때나 "불량학생"이 있기 마련인데 아버지가 계신 중학교에도 귀를 뚫고 머리에 염색을 하고, 교복 치마를 미니스커트로 만들어 입어 선생님들의 속을 썩이는 학생들이 꽤 있나 봅니다. 학생들의 버릇을 고쳐야 하는 선생님과 그 눈을 피해 어떻게든 버티려는 아이들의 한판 승부. 요즘 아버지는 이 학생들과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라는 입장에서 아이들을 야단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의 표정은 반항심이 가득했대요. 아무리 혼을 내서 치마를 내려입게 하고, 귀고리를 빼도 다음날이면 원상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으려고 마음 문을 꼭 닫은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서 아버지는 진정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차가운 대우를 받았던 말썽쟁이 아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관심과 칭찬의 말을 끊임없이 해주었다고 합니다.
“오늘 머리 스타일이 참 예쁘구나! 지각을 안 하고 일찍 와서 선생님이 참 좋다. 표정이 어두운데 어디 아픈 데는 없니?”

하루에 한 학생을 두 번 만나든 세 번을 만나든, 볼 때마다 관심과 칭찬을 보여주었다고 해요. 그러기를 한 달, 두 달이 흐르자 아이들의 반응이 새롭더랍니다. 저 멀리서 아버지를 발견한 학생들은 뛰어와서 말을 걸고, 배를 만지며 장난을 치고, 음료수를 주면서 살갑게 대하더랍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 스스로 귀걸이를 빼고 치마를 내려 입더랍니다. 노년의 아버지가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것처럼, 저 역시 사람을 바꾸는 힘은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그러면서 제 모습을 돌아보니 얼마나 부끄럽던지…. 가족들이 내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고 다그쳤던 마음, 친구들의 단점을 생각했던 마음, 일하면서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의 잣대를 대었던 모습들이 떠올라서요. 아버지가 전수하신 제자 사랑법을 제 삶에서도 적용해 보고 싶습니다. 당장에 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책상 창가로 조금씩 길어지는 봄볕처럼, 제 삶에도 따뜻함이 스미도록 만들고 싶어집니다.

글 《행복한동행》김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