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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가족이 생겼어요!
kklist21 | 추천 (0) | 조회 (499)

2010-07-29 22:43

2주 뒤면 오빠가 결혼을 합니다. 연년생으로 태어나 많이 싸울 법도 한데 살갑게 동생을 챙기는 오빠 덕에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대요. 당시에 <우뢰매>라는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답니다. 엄마는 오빠와 저를 극장에 들여보내고는 극장 앞에서 책을 보고 계셨대요. 그런데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빠가 제 손을 잡고 나오더랍니다. <우뢰매>에 등장하는 우주인을 보고 놀란 제가 엉엉 울면서 집에 가자고 했던 거죠. 결국 세 식구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오빠가 구석에 앉아 울고 있더랍니다. 깜짝 놀란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러더래요.

“영화가 끝나야 책받침을 받을 수 있는데 나리가 울어서 못 받았어! 훌쩍.”

동생 앞에서 의젓하게 굴어야 한다는 생각에 섭섭함마저 감추고는 뒤돌아서 울어버린 여섯 살 오빠의 모습이 제겐 큰 사랑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오빠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섭섭하더라고요. 사랑을 빼앗겼다는 질투도 일고, 용돈을 줄 때도 예비 새언니의 눈치를 보는 오빠가 괜스레 얄밉고요.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낯섦"에 대한 불편이 시작된 거죠.

네 식구만 살 때는 거실 바닥에 벌렁 누워 낮잠을 자도 좋고, 더운 여름이면 가벼운 차림으로 지내도 상관없었는데 새언니가 와 있으면 옷도 갖춰 입고 머리도 매만져야 하는 게 꽤나 귀찮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낯섦의 불편을 몰랐다면 익숙함이 주는 행복 또한 모르지 않았을까, 하고요. 오래된 신발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뒤꿈치가 까지는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오래도록 함께 일한 동료가 좋은 이유는 사무실에 첫 발을 내딛던 두근거림을 거쳤기 때문이니까요.

이제는 새언니가 주는 "낯섦"을 기쁘게 받아들이렵니다. 낯섦이 익숙함으로 바뀌는 행복한 순간을 기다리면서요. 그러다 보면 언젠간 온전한 내 편, 가족이 되는 거겠죠? 그런 의미로 새로운 가족이 될 새언니에게 약속하겠습니다. “절대 못된 시누이가 되지 않을게요!”

글 《행복한동행》임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