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 추천 (0) | 조회 (538)
2010-08-01 12:55
어느 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스팸 전화인 줄 알고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으니 남자분이 말하셨습니다.
“최윤희 선생님이 포도를 보내 달라고 하셨어요. 주소 좀 알려 주시겠어요?”
선생님은 《좋은생각》 "유쾌한 수다"라는 꼭지에 다달이 글을 싣고 계세요. 제가 그 꼭지 담당자라 달마다 메일을 주고받고,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정이 쌓였습니다. 아마 그래서 맛있게 드신 포도를 전해 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감사한 마음에 당장 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유기농으로 키운 데다 씨도 없고 맛도 좋아 보냈다고 하셨지요. 그러면서 물으셨습니다.
“하림 씨, 혼자 살아요?”
“아뇨. 남동생과 살아요.”
“그럼 김치는 어떻게 해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택배로 보내 주세요.”
“부모님이 보내 주시는구나. 안 그러면 내가 김치 보내려고 했죠.”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시울이 붉었습니다.
김치 담그는 일이 어디 쉽던가요. 너무 힘들고 번거로워 김치 사 먹는 사람도 많은 걸요. 선생님의 배려가 담긴 그 한마디, 그 마음이 더 가슴 뭉클한 선물이었습니다.
전화 통화만으로는 벅찬 감동을 다 전할 수 없어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바로 답변을 보내 주셨습니다.
“김치는… 객지 생활하면 더구나 바쁜 기자들은 시간이 없자나유? 혹시 필요하면 언제라도 SOS! 혼자 자취하는 동네 미장원 원장에게도 주는데용. 근디 맛은 보장 못함!”
주변 사람에게 애정과 정성을 듬뿍 나눠 주시는 최윤희 선생님. 그처럼 온 마음으로 사랑을 표현하시니 모든 사람이 그 사랑에 풍덩 빠져드나 봅니다. 덕분에 잡지 마감하느라 지친 마음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 가슴 뻐근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글 《좋은생각》 이하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