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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아이찬 - 마법 나무의 진짜 모습은?
kklist21 | 추천 (0) | 조회 (527)

2010-08-03 09:39

옛날 인도의 한 왕국에 네 명의 어린 공주가 살았어요. 공주들은 모두 동물과 꽃, 나무에 관심이 많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던 막내 공주가 큰 소리로 언니들을 불렀어요.
“이것 좀 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킹슉 나무가 우리 궁전에 있대요.”
“킹슉 나무? 처음 듣는 이름인데.”
“우리가 모르는 나무가 있다니 말도 안 돼! 책에 또 뭐라고 적혀 있니?”

공주들은 호기심에 차서 책을 들여다보았지만 킹슉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더 나와 있지 않았어요.
“정원사에게 가서 물어봐요.”
씨앗을 뿌리던 정원사 할아버지는 공주들이 달려와 질문을 해 대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 킹슉 나무요? 그런데 이를 어쩌죠? 아무리 떼를 써도 지금은 볼 수 없어요. 그 나무는 누구든 일 년에 한 번, 생일에만 볼 수 있는 마법 나무거든요.”
맥없이 돌아선 공주들은 어서어서 생일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화사한 봄날 아침, 생일을 맞은 첫째 공주가 날아갈 듯이 정원사를 찾아갔어요. 둘은 한참을 걸어 숲 끄트머리에 다다랐지요. 그때 갑자기 첫째 공주의 눈에 싱그러운 초록빛이 쏟아져 내렸어요. 파릇파릇하고 싱싱한 킹슉 나무의 잎에서 나오는 빛이었지요. 나무를 바라보기만 해도 공주의 몸에서 힘이 막 솟아올랐어요. 하지만 정원사의 눈에는 킹슉 나무가 보이지 않았답니다. 공주는 재잘대며 정원사에게 얘기했어요.
“그런데 공주님! 이 이야기를 다른 공주님께는 비밀로 하면 어떨까요? 모두에게 말해 버리면 마지막에 킹슉 나무를 보는 공주님이 속상할 것 같아요.”
정원사의 말에 영리한 첫째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을 했지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자 둘째 공주의 생일이 돌아왔어요. 둘째 공주는 킹슉 나무에 핀 탐스러운 빨간색 꽃들을 보고 넋을 잃고 말았어요. 은은히 퍼지는 꽃향기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지요. 둘째 공주는 행복에 겨워 볼이 발그레해졌어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자 셋째 공주의 차례가 됐어요. 공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커다란 자줏빛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지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자줏빛 열매 속에 둘러싸이니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했어요. 셋째 공주도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발길을 돌렸어요. 물론 막내 공주가 마법의 나무를 볼 때까지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이죠.

드디어 막내 공주의 생일이 됐어요. 막내 공주는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입김을 호호 불며 정원을 가로질러 갔어요.
"밤에 킹슉 나무를 보면 어떨까? 아, 궁금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어요. 마치 은빛 실에 작은 다이아몬드를 꿰어 매달아 놓은 것만 같았지요. 막내 공주는 아름다운 킹슉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궁으로 돌아왔어요.

막내 공주를 반갑게 맞이한 언니들은 그동안 참아 왔던 이야기꽃을 피웠지요.
“초록빛 에메랄드처럼 아름답게 빛나던 킹슉 나무를 잊을 수가 없어!”
“어머머~ 언니! 무슨 소리예요? 킹슉 나무는 새빨간 루비처럼 붉은 꽃에 은은한 향기가 나는 나무였어요.”
“둘 다 잘못 봤어요. 내가 본 킹슉 나무는….”
공주들이 서로 자기가 옳다고 한참 말씨름을 하자 정원사 할아버지가 껄껄 웃음을 터트렸어요. 그 소리에 놀라 잠시 멍하니 있던 공주들도 갑자기 “아!” 하고 웃음을 터트렸지요.
“우리 생일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다르니 나무의 모습도 다른 게 당연하지.”
“맞아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마법 나무의 모습을 단 한 가지만 알고 그게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겠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계절에 보았으니 킹슉 나무의 변하는 모습을 다 본 거나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우리 자매만큼 킹슉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셋째야, 아까 가을에는 어떻다고 했지?”

공주들은 사이좋게 종이에 자기가 본 나무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내가 옳다, 네가 그르다 언제 말다툼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인도의 옛이야기 중에서

- 《아이찬》2009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