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게 누구야!”
카메라 액정 화면에 나타난 여치는 지금까지 보아온 여치가 아니었습니다. 기이하고 익살스러운 얼굴이 만화 주인공 같습니다. 괴상한 이빨과 능청스러운 표정이 재미있고 희한해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었습니다.
곤충을 가까이에서 보기 시작하자 잠자리, 매미, 메뚜기, 나비와 나방 등 주위에서 흔히 만나던 친구들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폴폴 풍기고 있었습니다.
최고의 비행사인 잠자리는 커다란 겹눈 덕분에 멋진 선글라스를 쓴 것 같습니다. 부채처럼 두툼한 더듬이가 있는 나방은 커다란 뿔을 지닌 황소처럼 보입니다. 또 왕풍뎅이는 장난꾸러기처럼 얼굴이 익살스럽고, 매미는 세 개의 빨간 홑눈이 마치 값비싼 루비 보석을 장식으로 박아 놓은 듯 예쁩니다.
하루하루가 반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찾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상이 지루한 이유는 세상에 있지 않습니다. 세상을 습관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우리네 눈과 마음 때문입니다. 눈높이를 조금만 달리하면,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우리 곁에 기다리던 새롭고 즐거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지요.
- 《알면 사랑한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