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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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18:30
고등학생 때 단짝이던 영석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다음 주가 아들 돌이거든. 올 수 있어?” “가야지. 장소는 어디니?” “우리 집이야.” “식당 못 잡았어? 번거롭게 집에서 돌잔치를 하냐?” “그렇게 됐어. 그럼 돌잔치 때 보자.”
이 친구, 부유한 집안 환경에도 결혼식은 마을 회관에서 치르고 신혼여행은 제주도 배낭여행을 갈 정도로 돈을 아꼈습니다. 돌잔치마저 집에서 한다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짠돌이로 통했죠.
며칠 뒤 돌잔치가 열렸습니다. 양가 집안사람들과 친구들까지 자리하니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고 답답하더군요. 불만이 팽배할 때쯤 영석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습니다. “ 돌잔치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좀불편하시겠지만 제가 집에서 돌잔치를 한 이유는 바로 비용 때문입니다.” 그렇겠죠. 무조건 돈을 아껴야 하니까요.
하지만 영석이의 다음 말은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화려한 곳에서 돌잔치를 할 수도 있지만 보다 뜻깊게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돌잔치 비용을 아껴 아들 이름으로 보육원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결혼식 비용도 아껴 복지 단체에 기부했다고 하더군요. 진정한 돈의 가치를 아는 영석이 부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영석아.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하다. 앞으로 나도 너를 본받아 기부에 동참할게. 아들 예쁘게 잘 키워라. 행복하고.”
박준영 님|강원도 홍천군
-《좋은생각》200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