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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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5 17:19
5년 전,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큰소리치며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다. 엄마는 힘든 길이라며 만류했지만 나는 매몰차게 뿌리쳤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데 엄마가 도와준 거 있나? 도와줄 거 아니면 말리지 마라.”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해 온갖 고생하며 삼 남매를 키우신 걸 알지만 엄마처럼 먹고사는 데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토록 원했던 방송국에 들어갔다. 특집 프로그램을 맡아 정신없이 일할 때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많이 다쳤는데 알고 있나? 가족도 좀 챙겨라.”그러고 보니 엄마와 통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엄마는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1톤짜리 화물에 깔렸다고 했다. 엄마를 병원에 데려다 준 사람들은 살 가망이 없다고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하지만 방송을 코앞에 두고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결국 방송을 마치고 부랴부랴 고향으로 내려갔다. 엄마는 등뼈가 부러져서 보조기를 하고 있었다.“ 바쁜데 왜 왔노? 많이 안 다쳐서 일부러 말 안 했는데.”
“엄마, 미안.”나는 엄마 손을 잡고 고작 이 말밖에 못했다.
사고 당시 엄마는 삼 남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고 했다. 나는 내 꿈만 생각했는데, 엄마는 마지막일지 모르는 순간에도 자식부터 생각한 것이다.
난 아직도 엄마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한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서 인생을 내놓는 부모님이 힘들어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송선영 님|서울 용산구
-《좋은생각》201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