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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행복한동행 - 별은 따뜻하고 환하다
kklist21 | 추천 (0) | 조회 (479)

2010-08-17 13:40

두 손 사이로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내 오른손에는 사표가, 왼손에는 진단서가 들려 있었다. 한쪽 눈은 이미 실명됐고 머잖아 다른 한쪽 눈도 실명될 거라는 내용이 적힌…. 나는 한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마음이 한참을 덜컹거렸다.
그날, 느닷없이 회사까지 찾아온 아내가 실명 위기에 처한 내게 말했다.“ 별 같아요, 당신은.”그 순간 내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목이 콱 막혀 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십수 년 전의 일이다.

그때, 만일 절박한 심정으로 문학을 하겠다고 나선 내 삶을 아내가 존중해 주지 않았더라면 과연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날부터 나는 언제 실명될지도 모르는 남은 눈 하나로 한 권의 문학 서적이라도 더 보려고 거의 매일 밤을
새웠다. 절망의 순간에도 문학에 대한 내 사랑과 열정은 더욱더 뜨거워져 갔다. 마침내 나는 두 트럭의 책만을 싣고 강화도로 훌쩍 떠났고, 아내는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말 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고마웠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강화도에서 어둠 많은 나
를 밝게 비춰줄 때마다 아내가 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그 누구라도 별이 될 수 있음을 아내에게서 배우고 느꼈다. 별 같은 생각과 행동, 별 같은 눈빛과 표정 그리고 별 같은 태도와 미소로 타인의 삶을 존중해 준다면 틀림없이 상대방은 물론 나 자신까지도 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을 간섭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환하게 밝혀 주는 별, 그래서 별은 따뜻하고 환하다. 심리학자 노엘 넬슨은“두 대의 바이올린을 방 안 양쪽에 놓고 한쪽 바이올린의 현을 손으로 켜면, 반대편 바이올린은 건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공명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진동은 비슷한 진동으로 화답하는 것이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 반드시 별 같은 말이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말하는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함께 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많아져서 서로 다른 빛깔과 향기 그리고 각기 다른 수천만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별이 되어 반짝인다면, 이 땅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기적적으로 다시 찾은 두 눈 속으로 별이 된 사람들이 들어오고, 어제처럼 오늘도 나는 따뜻하고 환하다.

배우식 님| 시인

-《행복한동행》2010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