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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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8 13:21
남자 친구와 사귄 지 1년 반. 이제는 설렘보다 편안함과 익숙함이 더 좋은 사이다. 하루는 차를 끌고 남자 친구를 데리러 갔다. 집 근처에서 점심을 먹은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때였다. 남자 친구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남자 친구는 밥을 먹으면 바로 배변하는데, 그날도 신호가 온 것이다. 공중 화장실을 잘 이용하지 않는 특이한 성격 때문에 결국 집까지 데려다 줬다.
잠시 뒤 볼일을 마친 남자 친구가 차에 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남자 친구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나는 참을 수 없어 용기 내 소리쳤다.
“오빠! 똥 냄새나!”
그러자 남자 친구는 버럭 화를 내며 무슨 소리냐고 했다.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오빠!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괜찮으니까 집에 가서 확인 좀 해 봐.”
결국 남자 친구는 실수를 인정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조수석에 묻히고 갔나 생각하며 이리저리 살피던 나는 깜짝 놀랐다.
아뿔싸! 조수석 아래에 똥이 아닌 은행이 담긴 봉지가 있는 게 아닌가. 끝까지깨끗하게 뒤처리했다며 빨개진 얼굴을 들이민 남자 친구에게 미안했다.
윤지연 님|서울 성동구
- 《좋은생각》2010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