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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좋은생각 - 떠나보내기
kklist21 | 추천 (0) | 조회 (477)

2010-09-05 15:53

연분홍 벚꽃 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봄날,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으랴. 그런데 하나둘 나이 들면서 결혼식 이후의 소식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얘, 저번에 시집간 딸은 어떻게 지낸대?” 내 질문에 친구는 대답했다. “글쎄, 그게 웃기더라고. 결혼하면 전화 한 통 안 할 줄 알았더니, 날이면 날마다 전화를 해요.” “하하하.”우리는 웃었다. 뛰어야 제자리인 것은 벼룩이나 개구리만이 아니었다. 무릇 자식도 부모 품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써 보지만 뛰어야 벼룩이다.

친구와 나는 엄마들만의 의기양양함에 취해 흐흐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뛰어 봐라. 아무리 뛰어 봐야 설날에는 눈길을 헤치고 돌아올 것이며, 두둥실 달 뜨는 추석에도 올 것이며, 심지어 우리가 떠난 다음 산중 으스스한 무덤에도 오징어니 사이다니 싸 들고 놀러 와 징징거리다 갈 자식이라는 걸 엄마들은 잘 안다. 그러면서도 웨딩 마치를 울리며 다시는 엄마에게 신세 안 질 것처럼 씩씩하게 새 발걸음을 내딛는 아들딸을 보노라면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 켠 실실 웃음이 나는 것이다.

“그래, 저도 떨어져 나가기 힘든 게지.”“글쎄 말이다, 떠나온 제자리가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거겠지.”우리는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우리도 그랬지. 우리 엄마는 옛날에 그러시더라. "얘, 너만 자식 아니니 전화 작작 걸어라." 그때 얼마나 서운하던지, 다시는 전화 안 걸게 되더라.”

그래, 그렇게 야멸치게 걷어차는 부모님도 계시겠지. 그러나 또 다른 친구는 그랬다. “인생이 힘들 때 나는 친정으로 가. 거기 가서 엄마 이불 덮고 푹 자고 나면 새로 살 힘이 생기더라.” “그래, 정말 좋겠구나.” 우리는 그 친구를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린것들을 떠나보낼 때, "전략적 표정 관리" 를 무진장 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몹시 아쉽다는 듯 "쇼" 를 해서라도 인생 서막을 여는 어린것들에게 부모로서 마지막 봉사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세상에 부모의 사랑만큼 큰 상이 있을까! 그걸 못 받아서 애면글면하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않게 사랑만큼은 넉넉히 쏟아붓고 싶다. 그래, 아가. 난 네 엄마가 된 것만으로 이미 인생의 보답을 다 받은 것 같단다. 나는 늘 이 자리에 있을 테니 걱정 말고 세상에 나가 신 나게 뛰어라.

박유정님| 수원대교수

-《좋은생각》2010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