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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성태 망태 부리붕태 - 어머니의 한마디
kklist21 | 추천 (0) | 조회 (467)

2010-09-09 18:55

어느 순간 나는 아랫배가 뭉근해지며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한번 교실을 나서면 그 조용한 교실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왕 기다린 것 조금만 참아 보기로 했다. 나는 괄약근에 힘을 주고 콧등에 침을 발라 가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침내 회장 아이가 선생님에게 보고를 하고 책가방을 싸는 모습을 보고 나는 교실에서 나왔다. 교사 뒤뜰에 있는 화장실로 가고 싶었지만 뛸 수가 없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고통이었다. 마침내 나는 2층 계단을 채 못 내려오고 바지에 변을 누고 말았다.

나는 어이없고 수치스러워서 그 자리에 황망히 서 있었다. 나는 이내 사태를 파악했다.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평생 나는 "열두 살 똥싸개"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재주가 많아도, 착하고 책임감 있어도 그저 나는 바지에 똥을 싼 아이로 불릴 것이다. 다행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학교 정문을 피해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뒷문으로 나서면 면 거리를 금방 벗어나고 농로와 산길로 걸을 수 있었다. 사람이 지나가면 엉덩이를 틀고 서 있다가 걷곤 했다. 온 세상이 내 엉덩이에서 피어나는 냄새로 가득 찬 것만 같았다. 무사히 면 거리를 벗어나고 인적 없는 농로로 들어섰을 때 나는 훌쩍거리며 울었다. 수치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을이 보이는 콩밭 가에서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큰집에서 짓는 콩밭이었는데 밭 가운데에는 금광을 개발했다가 무너져서 생긴 작은 못이 있었다. 못 자리는 움푹 꺼진데다가 오리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서 남의 눈을 피해 씻기 좋은 곳이었다. 수온은 깊은 우물물처럼 차가워서 누구도 그곳에서 멱을 감지 않았다. 가끔 개나 돼지를 잡아 고기와 내장을 추리는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이를 달달 떨며 몸을 씻었다. 이제 마지막 한 사람만 피하면 이 치욕은 혼자서 간직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였다. 나는 엉덩이께가 노랗게 물든 바지를 찬물에 빨았다. 냄새는 가셨으나 좀처럼 누런 물은 빠지지 않았다.

나는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젖은 바지를 다시 꿰입었다.
그렇다고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었다. 어머니에게 둘러댈 말이 걱정이어서 집이 멀기만 했다. 나는 수로에 빠졌다고 핑계를 댈 셈이었다. 마당으로 들어서자 어머니가 된장독을 푸다 말고 반갑게 맞았다. 나는 조금 과장해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내 몰골을 유심히 훑어보더니 한 마디를 툭 던졌다.
“ □□□□□ ”

- 전성태 산문집 《성태 망태 부리붕태》중 <소풍 2>에서


> 어머니는 뭐라고 하셨을까요? 정답자를 비롯해 재치 있는 답을 댓글로 적어 주신 분 중 3분께 전성태 선생님 친필 사인본을 보내 드립니다.



많은 분들께서 응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답은 "니, 똥 쌌냐?" 입니다.
선정 되신 분은 김순이(sjshg), 오호(noonbitoho), 화이트로즈(mitwo100) 등 3분입니다.
선정 되신 분께는 전화를 통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