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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성태 망태 부리붕태 - 불로장생약
kklist21 | 추천 (0) | 조회 (485)

2010-09-10 07:53

우리는 불 자리를 만들고 깡통을 올려 불로장생약을 만들었다. 눈으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을 그러모아 달였다. 산오이풀나 도라지 같은 약초도 있었지만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를 야초들이 더 많았다.

그뿐인가. 개똥도 약이 된다는 말을 좇아 그것도 깡통에 넣었으며, 집집마다 처마 밑에 매달아 말려 놓은 돼지쓸개는 물론 지네, 개구리, 화사(花蛇)를 잡아 달였다. 갈퀴집 손자 아이는 제 할아버지가 드시는 사슴뿔 가루를 가져왔다. 한나절을 달이자 잿빛 액체가 한 그릇 남짓 남게 되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길에서 주워 온 드링크제 병에 담았다.

이튿날 우리 아이들은 녹용을 가져온 칼퀴집 손자를 앞세우고 그 아이의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그이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연장자였을 뿐더러 머리도 허옇게 센 노인이었다. 당연히 우리들의 눈에는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날 사람으로 보였다.
우리는 약병을 들고 그 집 툇마루에 줄줄이 앉았다.

“긍게 이걸 묵으믄 밍줄을 못 놓는다 이거제?”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마, 신통방통한 약일세. 근디 그런 약이라믄 별로 존 약은 아니구먼. 글씨, 나는 오래 살고 자픈 마음은 하나도 없는디 어짤끄나?”

할아버지가 설핏 웃었다. 속이 단 누군가 말했다.

“실험이니께 금방 죽어 불 수도 있어요.”

할아버지는 장난스럽게 우리를 훑어보고는 무엇으로 만들었냐고 물었다. 우리는 개똥 같은 것은 빼고 좋은 것들만 읊었다.

“좋다. 나가 약은 개리지 않고 즐겨한다.”

영감님은 약병을 한입에 비웠다.
그날 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슬며시 걱정이 되는 거였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나는 이튿날 날이 밝기 무섭게 갈퀴집으로 달려갔다. 놀랍게도 갈퀴집 사철나무 울타리에 매달린 아이는 나뿐이 아니었다. 동무 둘도 먼저 와 있었다.

- 전성태 산문집 《성태 망태 부리붕태》중 <불로장생약>에서

> 그 후 영감님은 어떻게 되셨을까요? 재치 있는 답을 적어 주신 분 중 5분을 선정하여 전성태 선생님의 친필 사인본을 보내 드립니다.


응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답은 "건강히 십여 년을 더 사셨다." 입니다.
선정 되신 분은 "뒤의 이야기(kakdugi22), 참좋은사람(sudal0070), bravo(cnkmode),
hockymom(theresa2), 용골스(ydcho4)" 등 5분입니다.
선정 되신 분께는 전화를 통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