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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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19:06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불쑥 물었습니다.
“사랑입니다.”
“왜, 사랑입니까?”
“사랑은 역사에 관계없이 항상 가장 필요로 하는 단어였습니다. 예수는 바로 사랑이라고 했고, 공자는 인이라고 했으면, 붓다는 대자대비라는 말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님은 이미 40년대에 말씀하시기를 "이 나라 경제 형편은 이만하면 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고 나눔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의 우리 생활수준은 솔로몬의 영화보다 낫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목말라 하고 갈등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아직도 사랑과 나눔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아직껏 사랑이라는 말보다 귀하고 아름다운 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항상 가슴에 안고 정치를 하는 홍사덕 의원을 만났습니다. 이 땅의 좋은 사람 100인일 뿐 아니라 이 땅의 바쁜 사람 100인임에도 분명한 이 분을 만나는 길은 그렇게 멀지 않았습니다.
「좋은생각」이라는 책 이름만 듣고도 이 분은 얼른 약속을 해주었고 기분 좋게 만났습니다.
책을 한권 건네주자 유명한 국회의원이신 이분께서 갑자기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생각 참 좋은 책이네요. 그런데 광고가 없네요. 이런 책이 지속적으로 나오려면 광고가 많이 실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중앙일보 기자출신으로 기자협회 부회장을 지냈고 저서가 10권이 넘는 이 분인지라 어려운 잡지사 사정을 꿰뚫고 남의 걱정부터 하는 모습이 참 편하고 순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늘의 만남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 아니라 의원님의 좋은 생각을 듣기 위한 만남입니다. 어떻게 정치를 하게 되셨는지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농촌에서 태어나 정말 어렵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농사지으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담임선생님이 학비를 대주셔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자라서 사람들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그 다짐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정치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정입학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 우리 사회가 자꾸 황폐해져 가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까요.”
“사회 전반에서 적극적인 문화투쟁이 전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이데올로기 투쟁시대를 거쳐 지금은 지구촌 시대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는 세계의 모든 문화에 상응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를 만들어 이를 제도적으로 확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문화란 사회전반의 개혁을 의미합니다. 시황제의 분서갱유라든가 비스마르크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교회에서 받던 것을 정부기관에서 받도록 한 것 등이 바로 문화투쟁인 것입니다.”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이 특별하신 것 같은데 통일의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시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통일의 시기는 속단할 수 없습니다. 남북 모두 통일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지금도 소홀합니다. 만약 갑작스럽게 통일이 이루어지면 우리에게 많은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경제운영원칙이 북한은 자급자족 자력갱생이고 남한은 수출입니다. 이런 상태로 만약 통일이 되어 어느 한쪽의 경제운영원칙을 적용한다면 다른 한쪽의 생산 시설은 못쓰게 됩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남과 북은 너무나 반대방향에 멀리 서 있는데 이 방향과 거리를 맞추고 좁혀가는 일을 상호 개혁을 통해서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라는 책을 펴내셨는데 어떤 말씀을 젊은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까?” “넓게 살피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넓게 살피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적극적으로 살지 않기 때문에 좌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를 가장 존경하십니까?”
“정치인 중에서는 백범 김구 선생님을 가장 존경하고 다른 분야에서는 아인슈타인을 존경합니다. 백범은 사랑이 있는 정치인이었고 아인슈타인은 여유가 있는 분이었습니다.”
“좋은 생각은 어떤 생각인 것 같습니까?”
“남에게 덕을 주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닐까요, 나를 나누어 남을 도우려는 생각 말입니다.”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다음 약속을 알리는 메모는 벌써 들어와 있습니다.
"좋은 생각만 합시다"가 적힌 패를 하나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패가 이 분에게는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은 이미 마음속에 좋은 생각이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필자 : 정용철님 기자
출처 : 월간《좋은생각》 1993년 0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