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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오직 이 길 밖에 없다
kklist21 | 추천 (0) | 조회 (456)

2010-09-14 19:10

럭키금성 구자경 회장

90년 9월 어느 날, 여러 신문에는 럭키금성그룹의 구자경 회장이 많은 사람들 앞에 앉아 펜을 들고 무언가 사인을 하는 사진이 실렸다. 뒤쪽에는 「각서조인식」이라는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긴 했으나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일년 전쯤에는 또 구회장이 금성사의 어느 서비스센터에서 한 아주머니가 서비스 받으러 온 제품을 받아들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신문에 실렸다. 이번에는 약간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직도 어색했다.

얼마 전에는 호남정유의 어느 주유소에서 주유기를 들고 차에 기름을 넣고 있는 모습이 또 신문에 실렸다. 이번에는 그 모습에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이념을 완전히 볼 수 있었다. 보기에 참 좋았다.

이러한 모습이 여러 차례 전해지는 사이 구회장은 이제 우리들에게 아주 가깝게 와 닿아 있다.

헌 밥통을 가지고 가서 만나자고 하면 만나줄 것 같은, 편지라도 한 장 띄우면 답장이 올 것 같은, 지나가다 인사를 하면 반갑게 마주하면서 금성사 제품 어떠냐고 물어볼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구회장의 화초와 수목 그리고 난을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원에 나가 난과 수목 그리고 화초가 기분 좋게 자라는 모습을 바라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한다. 자연을 알고 사람을 알고 자연을 키우고 사람을 키우면서 이 나라 경제의 물줄기를 잘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1925년 경남 지양에서 태어난 그는 1945년 진주사범학교를 수료하고 곧바로 선생님이 된다. 1950년 5월 어느 날 선친 연암 선생께서 "교직을 그만두고 내 일을 도우라"는 말씀에 고민한다. 그는 어린이들을 나라의 일꾼으로 키우겠다는 꿈을 묻어버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결국 사표를 내고 고향 선배와 같이 새벽마다 몰려드는 상인들에게 제품을 나누어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낮에는 종일 공장에서 일을 하다 밤이면 하루씩 번갈아가며 숙직을 하는 일도 힘들었다. 추운 겨울이면 판자 방에서 군용 슬리핑백 속에 들어가 몸을 녹이며 잠을 설치기를 무려 4년, 그동안 연암 회장께서는 위로의 말은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아버지로부터 칭찬 한마디 들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병상에서 운명을 앞둔 연암회장께서 말씀하셨다.

“너, 나를 많이 원망했제. 기업을 하는데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 바로 현장이다. 그래서 본사근무 대신에 공장 일을 모두 맡긴 게다. 그게 밑천이다. 자신 있게 기업을 키워라.”

결국 이 말은 유언이 되고 말았다.

구회장은 1970년 럭키금성그룹 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그리고 제조업은 3차 산업이라고 하면서 원대한 비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기업문화를 도입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동안 우리들에게 익숙해져 있던 골드스타가 새 물결을 잘 타지 못하는 것 같더니만 어느 날 구회장의 자율경영을 앞세운 과감한 기업문화의 도입으로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의 LG가 되어 있는 것이다.

“회장님, 요즘 럭키금성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라고 쉽게 이야기하면 구회장은 럭키금성이 이렇게 변하는데 무려 4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과감」이라는 말속에도 무려 40년의 시간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기업의 변화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구회장의 생활 신조는 "약속을 꼭 지킨다"이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면 결실을 맺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약속이듯 하루 하루의 생활 속에서도 약속을 잘 지키고, 근검 절약한 생활을 하면 좋은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이다.

구회장은 일회용 플라스틱 라이터를 갖고 다닌다. 누런 갱지나 신문지에다 서예연습을 하고 유흥이나 운동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난을 키우면서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하면서 사업을 생각하면서 21세기를 내다본다.

작년2월「오직 이 길 밖에 없다」는 책을 펴냈다. 그의 이 자신이 말하는 "오직 이길"이란 과연 어떤 길일까?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난을 키우듯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걷는 길이 바로 그 길이 아닐까. 우리는 그가 걷는 길을 자랑스럽게 따라 걸으면서 한 건강한 기업인의 향기를 느낀다.

필자 : 정용철님 발행인 
출처 : 월간《좋은생각》 1993년 0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