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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흠 박사 예전 흑백 텔레비전 시절에 "부리부리박사"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었다. 부엉이를 닮아 눈이 부리부리하고, 늘 유쾌하게 과학상식을 전해 주던 인형으로 만든 박사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알고 싶은 문제를 갖고 찾아가면 해답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답변으로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이 시간을 통해 재미와 과학에 대한 꿈을 키우던 어린 소년, 소녀들은 이제 30대 전후의 성인이 되어있다. 그 시절보다 풍부한 정보량과 더불어, 더욱 늘어나는 과학적 관심과 의문들을 갖고 자라는 요즘 아이들, 그들에겐 더 이상 인형 "부리부리박사"와 같은 가공의 박사님을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각종 방송프로그램과 잡지, 쉽게 쓴 과학서적을 통해 김정흠(67세) 박사의 흥미진진하고 친절한 안내를 늘 가까이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 대로 김정흠 박사는 우리나라 물리학계의 거성이며 과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일반인 누구나의 박사님, 미래의 과학자이다. 그분을 만나기 위해 정보문화센터 1층에 위치한 개인 연구실을 찾았다. “작년에 고려대학에서 정년퇴임을 맞았지만 매일 바쁜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성화대, 한국과학기술원, 고려대학에 정기적으로 강연을 나가야 하고, 주3회 정도 특별초청강연에 응해야 하고, 방송출연, 원고집필 등으로 늘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서 밤 11시 전에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드뭅니다.” 쓰고 있던 원고를 한켠에 밀어두면서 요즘 생활을 설명해 주었다. 제법 넓은 연구실에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어 도서관의 서가에 들어와 있는 착각마저 일어났다. 평소 "독서 십일조"를 스스로 실천하고, 강조해 온 것으로 유명한 김정흠 박사는 “자주 책방에 들러 마음에 드는 책은 일단 사고 보는 철학을 지니고, 독서를 습관화 하다 보면 일반교양의 기초뿐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얘기를 「좋은생각」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다. 김정흠 박사는 학창시절에 당시로는 쉽게 구할 수 없던 과학잡지와 소설들을 손에 넣기 위해 군것질은 남의 것만 얻어 먹고, 책을 살 정도였다. 요즘은 책값도 싸고, 구하기도 쉬운데 책읽은 젊은이들이 줄고 있어 늘 안타깝다고 하며 김정흠 박사는 “해방전 북경대학 기계공학과를 다니던 시절, 북경 시내 노점에서 우연히 구입한 물리학 분야의 저서들과 아인슈타인 등 물리학자들의 서적을 탐독하면서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의 아인슈타인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해방과 함께 서울로 와서, 선친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서 평생 이 길을 걸어 왔습니다.”고 말하며 그이 과학과의 첫 만남을 상기했다. 대학졸업 후인 53년 26세의 나이로 고려대학에 부임, 물리과를 만들고 작년 9월 5일 인촌기념관에서 고별 강연회를 할 때까지 320명의 학사,315명의 석사,75명의 박사를 길러냈다. 또 한국 물리학회 창립멤버이자 각종 임원이기도 하면서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펴 왔다. 한편 과학 대중화의 저변확대를 위해 연간 수천장의 원고집필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외부초청강연, 40여 종에 달하는 과학관련 서적의 저술과 번역에 힘써 왔다. “진정한 과학자의 역할은 연구실 안에서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교육뿐 아니라 지식의 사회 환원, 내가 할 수 있는 사회 봉사의 차원에서 과학을 대중과 가깝고 친근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라고 말한 김정흠 박사는 40면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자신이 필요한 어떤 곳이라도 달려갈 만큼 책임감이 강하며, 타인에게는 늘 관대했기에 하회탈처럼 온화하고 정감있는 표정을 지니고 산다. 그러나 남들보다 많은 활동을 하기 위해, 자신에게는 늘 엄격한 생활신조를 갖고 있는데 "자기계발 십일조", "5분만 더", "독서 십일조"가 그것이다. 지금껏 학문과 일에 파묻혀 살아 온 김정흠 박사의 뒤에는 가정살림의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면서 내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부인 황신영 여사의 역할이 지대한데, 김정흠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부인에게 고맙고 미안하기까지 하다.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손수건에 곱게 싼 도시락이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변함없는 부인의 정성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김정흠 박사의 해박함과 유머감각, 과학의 기본 원리를 인간사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지혜로움이 잘 드러나는 것은 단연 방송매체를 통해서이다. 이미 집안에 손자, 손녀를 여럿 둔 할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유난히 자라나는 세대의 과학적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현재 10년 정도 교육방송의 "왜 그럴까요?"라는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어린이들의 의문을 함께 풀어주고 있다. “미래에 관한 논의나, 서적출판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 지향적인 경향이 많은데, 미래사회를 내다보는 안목을 기르고, 긍정적 미래관을 가질 때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는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라고 말을 맺은 김정흠 박사는 미래과학에 대한 그의 관심과 소심 때문에 여느 젊은이 보다 열정적인 생활을 가꿔나가고 있다. 필자 : 조선혜님 자유기고가 출처 : 월간《좋은생각》 1994년 0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