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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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13:10
안개타운
신지혜
내 팔을 만져보아라 내 몸은 안개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물론 내 뼈와 피의 원료 역시 차가운 안개,
내 숨소리 귀 기울여보면 안개들이 바스락거리며
깨어나는 소리, 말소리, 흐느끼는 소리,
내 딱딱한 입술은 안개 코르크로 밀봉되었다 어쩌다
힘겹게 내 입술을 딸 때마다 스스스 흩어져버리는
희고 미끄러운 말들,
내 폐부 깊숙이 혹은 뇌 속에도 안개를 쏟아 붓는다
이제 안개에 흠뻑 중독돼버린 사람들이
안개 목책에 기댄 채 차륵, 차르륵 서로의 뼈
뭉개지는 소리 듣는다
나를 낳은 무수한 안개 아버지와 어머니들,
그들 중, 어느 누구는 혹여 내 몸에서 태어나기도
하였으리 혹은, 한때 내가 낳은 아이는
내 전생의 오래된 안개 조상이기도 했을 것이리
나는 지금, 곧 사라져버릴 안개레스토랑에서 신선한
안개 한잔 주문한다 안개는 방부제 없이도 결코
상하지 않는다 천오백년 전 안개젖소의 온기가 아직 스며있다
벌써 창밖엔, 머리칼 치렁하게 나부끼던 위핑 윌로우 칩 나무들
무릎아래가 반쯤 잘려져 나갔다
안개집으로 속속 귀가할 우리들 서로 다정하게
안개웃음 한 컵씩 나누고 등을 돌린다 고대에도 먼 미래에도
다시 잠깐씩 사라졌다 다시 떠오르는 바로 그 황홀한,
안개 타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