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ID/패스
낙서 유머 성인유머 음악 PC 영화감상
게임 성지식 러브레터 요리 재태크 야문FAQ  
[퍼온글] 멸치를 따다.
eyedwoto | 추천 (0) | 조회 (419)

2010-10-01 01:25

멸치를 딴다
머리를 떼고
몸을 반으로 갈라 내장을 끄집어내고
뼈는 칼슘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몸통에 붙여 놓았다
그 중 키 큰 한 놈이 마른 눈으로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큰 그물에 걸려 동무들과 함께 올라올 때만 해도
더 넓고 멋진 세상으로 가리라는 희망이 있지 않았을까
펄펄 끓는 바닷물에 삶기어 햇볕에 말려지는 고통을 견디고
몸의 크기에 맞추어 값이 매겨져
머나먼 육지로 떠돌아다니다 만난 너와 나의 운명

정면으로 눈이 부딪혔다

작은 몸으로 넓디넓은 바다에서 버티기까지
얼마나 큰 꿈과 많은 위험을 함께 했을까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먹이사슬의 운명에서 벗어나
행운이라 생각했겠지만 또 다시 큰 그물망에 갇혀
산산이 부서지고 찢어지는 안타까운 운명을 예감했으랴

머리는 떼어져 육수와 쳔연 양념으로 쓰이고
몸은 두 갈래로 찢기어 기름에 튀기고 양념에 묻혀져
발그스레 홍조 띈 모습으로 하얀 접시 위에 새로이 태어난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자신의 몸을 받쳐 한 조각의 뼈도 남기지 않는 살신성인의 정신

내 몸 속에서 멸치가 헤엄을 친다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 활기찬 움직임을 한다
멸치를 딴다
또닥또닥
머릿속은 의식 없는 편안한 웃음으로
멸치가 되어 장기기증 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