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ID/패스
낙서 유머 성인유머 음악 PC 영화감상
게임 성지식 러브레터 요리 재태크 야문FAQ  
[퍼온글] 우리 가락의 참맛을 전해주는 사람
kklist21 | 추천 (0) | 조회 (521)

2010-10-10 00:43

국악인 김영동 님

세상 속으로 무수히 많은 소리가 흐른다. 정돈된 것, 깨어나게 해 주는 것, 들뜨게 하는 것, 불쾌한 것….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아무튼 어느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는 소리, 그게 바로 음악이 아닐까. 음악은 서로 다른 가락과 곡조의어울림으로 듣는 이의 몸과 마음을 조여 놓기도 하고 풀어 헤치기도 한다.
특히 고유한 정서와 향기가 녹아 있는 우리 가락은 한번 재어볼 겨를도 없이 부딪히고 파고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걸 잊고 살아왔다. "그게 현실이야"는 말로 그런 상태가 제법 굳어져 가고 있을 때에 김영동 님의 음악은 더운 여름 날 퍼붓는 한줄기 소나기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어디로 갈거나" "조각배" "삼포로 가는 길" 등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곡들에서부터 매굿, 명상음악-선, 소리 여행, 먼길 등의 음반까지 그의 음악은 국악 사랑의 길을 자연스레 열어주고 있다.
“우리 음악이 왜 그냥 음악이 아니고 국악이라고 불리어야 하고, 서양음악이 오히려 음악이어야 하는지 답답할 때가 많아요. 당장 방송만 해도 그래요. 하루 중에 우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그는 우리 나름의 문화예술적 기준이 없어지면서 정신과 삶의 모습조차 남의 것에 의존하는 결과로 이어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음악을 살리자"며 목소리만 높히지는 않는다. 단지 작품과 공연들을 통해, 누구나 풍류를 맛볼 수 있도록 해주려고 애쓸 뿐이다.
“풍류는 전문연주인들만의 것은 아니죠. 하는 이도 보고, 듣는 이도 다 같이 함께 하는 면면히 내려오는 멋과 맛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사회가 그걸 느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일조차 인색하지만….”
그래서 그는 더욱 작품에 열정을 쏟는 지도 모른다. 국악의 틀에만 매이지 않고 양악과 불교 음악, 자연의 소리를 다양하게 응용하며 음악과 어울릴 수 있는 여러가지 매체와 함께 하면서 자꾸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는 것이다.
그는 작곡자이자 대금 연주자이며, 국악 지휘계의 중진이다. 그러나 그가 가장 중점적으로 여기는 것은 작곡. 앞으로 계속 그러고 싶다는 게 그의 뜻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데는 반드시 고민과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 어느 것과도 비교되지 않는 희열이 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그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들어 냈고, 우리 것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대표적인 예술인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호흡을 현대에 접목시킨 작곡가, 전통을 창조로 잇고, 정통성을 대중성과 연결시킨 사람이라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가"라는 호칭을 붙힌다. 그러나 정작 그는 화통하고 자유롭고 적극적인 성격만큼이나 초연하게 세상의 평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가 살아 온 과정도 그의 음악만큼이나 치열하면서도 자연스럽다. 김영동 님은 51년 충남 광천에서 태어났다. 여인네들의 노래를 들으며 또 고향 밴드부였던 큰 형을 따라다니던 유년 시절, 순전히 국비로 공부한다는 매력에 국악 중고등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하면서 굿판 구경도 가고 인간 문화재에게 배우는 등 예술 세계를 넓히는데 밑거름이 되는 일들을 찾아다녔다. 서울대 음대 국악과에 들어가서는 김민기, 임진택, 채희환 등과 더불어 문화운동 1세대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독일로 유학해 비교음악을 공부하기도 했던 그는 장수매 설화를 바탕으로 쓴 매굿으로 81년 대한민국 작곡가상을 받아 창작인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가깝게는 작년 가을엔 소설 "토지"를 한국적인 음악극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등 의미있는 작업들도 많이 해냈다.
“자연스런 게 좋아요. 거창하게 계획하는 것치고 잘되는 게 없어요. 그때그때 충실하게 곡도 쓰고 일도 하죠. 우리 음악도 그래요. 국악을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답하죠. 물론 약간의 지식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공연장을 많이 찾고 소리를 통해 느끼는 게 제일 빠른 길이예요.”
우리 음악이 이젠 이해하고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대상으로 변해버린 상황이 서글퍼진다는 김영동 님. 그래서 그는 기회될 때마다 "내가 한국 사람이냐 아니냐"는 물음을 던져 보라고 말한다. 그 물음에 충실하면 자연히 선조들의 지혜에 전율과 함께 자부심이 차 오르고 자연히 국악 사랑이 생활화 된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지금껏 상임지휘자로 활동해 온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 연주회를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국악교실"로 꾸미고, 법정 스님을 비롯한 많은 사회 인사들이 벌이고 있는 "맑고 향기롭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실천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음악을 통해 가장 잘 확인될 수 있다.
"… 사람은 아침에 빛으로 있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석탄으로 있습니다. 지금 제 목에서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나온다면 우리는 땅 속 깊이 눌려있는 석탄입니다. 그리고 제 목에서 즐거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면 우리는 "우주로 해방되는 빛"입니다. … 이 세상은 어디를 가나 음악이 있는 연주회장입니다…”
"마음 비우기"라는 음반을 내면서 김영동 님이 쓴 글의 일부인데, 읽고 또 읽어도 가슴 뭉클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필자 : 조선혜님 기자 
출처 : 월간《좋은생각》 1996년 07월호